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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50] 대기업 부문 9위 두산중공업

수평적 문화와 일과 삶의 균형<br>업계 최저 퇴직률 0.8%의 비결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50’ 평가에서 나타난 두산중공업의 특성은 수평적 문화, 합리적이고 따뜻한 문화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포춘코리아 기자가 직접 두산중공업 임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박용만 회장이 기치로 내건 ‘두산웨이’에 공감했고 이 가치가 기업 전반에 제대로 뿌리 내리길 희망하고 있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우리 회사에 마 부장 같은 사람은 없어요.” 나영민 두산중공업 영업 1팀 차장이 던진 말이다. 마 부장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인물로 권위적인 인물의 전형이다. 어디에나 한 명쯤 있을 법한 인물인데 나 차장은 한사코 그런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 인물은 우리 회사에 다니기 힘들어요. 오히려 미생에 나오는 인물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 회사 영업팀 분위기는 미생에 나오는 영업팀과는 많이 다르죠. 조화롭고 부드러우니까요.”

그는 각박한 직장생활을 현실성 있게 다뤄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는 ‘미생’ 제작팀이 들으면 서운할 것 같은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 차장 말고 후에 기자와 대화를 나눈 신입사원과 대리도 무엇보다 두산중공업의 강점은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산중공업은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50’에서 대기업 부문 9위를 차지했다. 총 만족도는 3.65점이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11위에 랭크 됐다. 잡플래닛 분석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일과 삶의 균형 부문과 급여 및 복지 부문에서 직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자는 두산중공업의 실제 근무환경을 살펴보고 잡플래닛의 분석이 현실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회사 신입사원, 입사 3년 차 대리, 차장, 인사담당 상무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직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나기 하루 전 무작위로 직원을 선정해 다음 날 출근 시간부터 그들과 미팅을 가졌다.

지난 12월 10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교보타워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의 출근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두산중공업 직장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들어오는 부모들의 걸음도 가벼워 보였다. 52세 이상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 시행이 알려지면서 한때 술렁였지만 며칠이 지난 이 날 아침의 풍경은 안정을 찾은 분위기였다.

6층 회의실, 넉넉한 미소와 제법 풍채가 있어 보이는 40대 초반의 직원이 들어왔다. 앞서 언급한 나영민 영업1팀 차장이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기사 취지를 설명한 후 그에게 대뜸 “‘일하기 좋다’란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일하기 편한 회사 아닐까요? 몸이 편한 게 아니라 생각이나 마음이 편한 것 말이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곤 “편하다는 건 자유롭다는 뜻이에요. 집보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무엇보다 편안하고 자유로워야죠”라며 멋쩍은 듯 크게 웃었다. 기자가 이어 “그럼 두산중공업은 자유로운가요?”라고 묻자, 그는 “그래요. 중공업 회사라 상명하복식 문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을 하기 쉽겠지만 박용만 회장님이 *두산웨이를 발표한 후로는 경영진부터 수평적 문화를 추구하고 있어요. 충분히 느껴질 만큼이죠.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제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때 회의실에 박도현 영업팀 대리가 들어왔다. 그는 두산중공업이 첫 직장이고 입사 3년 차란다. 나 차장이 말을 이어갔다. “실패보고서란 것을 통해 내 생각을 점검하기도 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저는 상당히 좋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박도현 대리에게도 앞서 나 차장에게 물었던,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직원들이 성장하기 좋은 기업이라 생각해요. 우리 회사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요. 야근 수당이 없거든요. 하하하”라고 웃었다. 그는 이어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하라는 거죠. 자기 계발을 하거나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어 라이프 밸런스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할 얘기가 생각난 듯 박 대리가 책상을 탁 내리치며 “아! 와이 캠페인이 좋은 예가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벽면을 가리켰다. ‘WHY?’라고 새겨진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박 대리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하는 일을 영문도 모른 채 수동적으로 하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단순하고 별거 아닌 캠페인 같지만 일을 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업무와 역할에 있어서 더 디테일해진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나 차장이 흐뭇하게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때 빼꼼이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정기진 전략기획 총괄팀 사원이었다. 그는 2014년에 입사한 새내기였다. “‘일하기 좋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두산중공업은 어떻습니까?” 그에게도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일하기 좋은 기업에 대해선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이유는… 음…”하고 말문이 막히자 나머지 두 명이 소리 내어 웃었다. 바로 정 사원이 말을 이어갔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에 공감했습니다. 원래부터 중공업회사로 오고 싶었는데 광고 보고선 다른 곳 안 보고 그냥 두산중공업에 지원했습니다. 전 퇴근 시간이 정확하고 조직문화가 따뜻해서 좋습니다.” 남은 말이 있는 듯 보였다. 여태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던 그가 긴장을 풀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취업 동기들과 기업정보를 많이 공유하고 있어요. 대부분 밖에서 보는 거와 다르다고 말하는데, 우리 회사는 겉과 속이 같은 회사란 말을 자주 들어요. 무엇보다 강렬했던 건 우리 회사 최종 면접엔 회장님께서 직접 들어오셔서 꼼꼼히 질문하신다는 거예요. 진정성 있게 인재를 찾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 세 사람은 이어 올 2014년 취업 경쟁률이 역대 최고치였다는 둥, 배낭여행(두산중공업 직원이라면 누구나 항공권을 지원받아 14박 15일 동안 여행을 갈 수 있다)은 언제 갈 생각이냐는 둥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곤 사내교육프로그램을 다 이수했냐고 서로 묻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이공계 학과 출신들이 많다 보니 경영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MBA 같은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세 사람과의 미팅이 끝난 후 만난 전병일 인사담당 상무는 이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내교육도 자기주도 학습처럼 시행하고 있어요. 러닝 크레딧도 있죠. 직급별 로드맵을 갖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나 차장, 박 대리, 정 사원은 이후에도 계속 회사 복지제도와 문화, 급여 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약하면 이렇다. 이들은 복지를 늘리는 것보다 급여를 올려주길 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산중공업은 업계에서 연봉이 최고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업무 문화가 개방적이고 복지혜택이 많아 늘 이공계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중공업 분야에선 4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인턴경쟁률은 300대 1이었다. 전 직원 퇴직률도 3년 평균 1%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기업의 퇴직률이 평균 7%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아쉬운 점은 아직 여성 임원이 없다는 점이다. 여성 직원 또한 10% 미만이다. 하지만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블루칼라, 즉 기술직에서 임원을 배출했다. 두산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기술직 인사제도를 개편하면서, 기장, 반장 등 기술직을 사무직과 동일한 사원, 대리, 과장 등으로 변경했다. 이는 기술직과 그 가족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두산중공업은 업태 특성상 오랜 해외 파견 근무자가 있어 그 가족을 위해 배우자 심리상담 프로그램, 자녀와 배우자 파견지 초청, 자녀 영어캠프 마련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세 사람에게 잡플래닛의 5가지 항목을 전해주고 평가를 부탁했다. 회사 내에서 하는 답변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이들 세 사람의 부문별 평균 평가 점수는 잡플래닛의 점수보다 조금씩 높게 나타났다.

기자는 “회사를 너무 이해하고 좋게만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한방을 날렸다. 그러자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학벌을 따지지 않고 파벌이 없어서 좋습니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높고요. 다만……” 이후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경영진과 좀 더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직원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오후에 전병일 인사담당 상무를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하기 좋은 기업의 평가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 욕구를 기업이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느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산중공업은 재미있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자가 경험하고 느낀 두산중공업 임직원들의 평가는 잡플래닛에 나타난 리뷰나 평점과 대체로 같은 듯했다. 잡플래닛 사이트에 올라온 리뷰에는 ‘워크-라이프 밸런스가 타 회사에 비해 좋다’, ‘생각보다 개개인의 능력 활용도 높음. 복지는 업계 최고 수준’, ‘사람에 관심이 많고 사람에 투자하는 기업’, ‘사내문화 매우 좋고 경영진이 모범적임“ 같은 칭찬 일변도의 평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평가에 참여한 직원의 75.8%가 자신의 직장을 적극 추천한다고 밝히고 있다.


*두산웨이
박용만 회장이 취임 후 그룹의 좌표로 삼은 캐치프레이즈. 인재양성, 열린 소통, 따뜻한 성과주의를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이 세 가지를 기업 경영 전반에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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