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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50인] 혼돈의 세계를 살아가는 용감한 방법

렁춘잉 Leung Chun-ying은 홍콩의 수반이다. 그는 법안 최종 서명, 집행령공표, 법관 및 기타 공무원의 임명 및 해임, 범죄자 사면 권한을 갖고 있다. 그는 분명 홍콩의 최고 지도자지만, 10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이 그에게 반기를 들었던 작년 가을의 그 극적인 시간 동안은 그렇지 못했다. 당국의 이전 제안과는 달리, 렁의 후임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되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자, 홍콩 시민들은 길거리로 나섰다. 선두에는 친민주적 학생 모임을 만든 조슈아 웡Joshua Wong (당시 열일곱 살에 불과했다)이 섰다. 렁(60)의 휘하에는 최루탄과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과홍콩 시 정부 전체가 있었다. 웡에게는 휴대전화뿐이었다. 그러나 시위대는 3개월간 홍콩을 마비시켰고, 가뜩이나 낮았던 렁의 지지도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웡은 그를 ‘한 세대의 목소리(Voice of a Generation)’라고 명명한 타임 아시아판의 표지 모델이 되었다.

둘 중 진정한 지도자는 누구인가? 답은 어렵지 않다. 렁은 리더의 위치에 있었으나 리더십은 없었다. 리더십을 보여준 이는 웡이었다. 포춘이 선정한 ‘ 2015년 세계의위대한 지도자 50인 명단’에 그가 포함된 이유다.

명단 작성을 위해 포춘은 선출직 정부 관료, CEO, 시민단체 대표, 종교인, 스포츠 지도자 및 선수, 예술인 등은 물론 웡처럼 공식 직함이 없는 리더들도 골고루 살펴보았다. 각자의 전문 영역, 업계, 전문 분야, 국가 운영등에서 리더십을 보였느냐를 기준으로 이들을 평가했다. 성공과 존경, 심지어 절대 권력(푸틴에 대한 모이세스 나임Mois′e s Na′im의 에세이를 참조하라)만으론 이 명단에 오를 수 없었다. 자신의 비전으로 대중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뛰어난 지도자,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는 지도자, 결과를 내는 능력과 더불어 의지와 개척 정신을 지닌 지도자를 찾는 것이 포춘의 목표였다. 또 현재 활동 중인 사람들만을 대상으로했다. 단, 명단 중에는 오랜 기간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올해 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 작년과 겹치는 이름은 많지 않다. 모두가 지난 12개월간거둔 성취만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다. 올해 후보들은 지난해 이 리스트에 오른 인물, 수많은 리더십 전문가들의 선택, 포춘 기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선택됐다. 이후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각 후보를 심사해 최종리스트를 작성했다.

렁과 웡의 세대 차이는 더 큰 변화를 상징한다. 오늘날의 리더십은 과거와는 다르다. 변치 않는 요소들도 물론있다. 수많은 책이 칭기즈 칸, 율리시스 S. 그랜트Ulysses. Grant *역주: 미국 제 18대 대통령, 구세군, 산타클로스 등을 통해 리더십에 대한 대부분을 배울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이들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효과적인 리더십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히 현대에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리더십의 변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라졌다. 성공적인 리더십은 영원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새로움이 있다.

오늘날 지도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변화는 리더의 통제력 감소다. 이는 기업, 스포츠 팀, 국가, 종교,시민 단체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목격되는 현상이다. 다른 사람을 돈이나 힘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선 타인에 대한 영향력 행사 여부가 성공 과정에서 점점 더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안 그랬냐고 반문할 독자들을 위해,1970~80년대 화학업체 FMC의 CEO를 지낸 로버트 맬러트Robert Mlott 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소개한다. “리더십은 고통을 가하는 능력을 증명하는 순간 드러난다.” 당시에는 많은 CEO가 이 발언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 말을 들려준다면, 십중팔구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한 말이냐고 반문할 것이다(푸틴은 올해의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현실이 이처럼 크게 변했기 때문에 ‘리더십의 진보를 위한 하버드 이니셔티브(Harvard University Initiativefor Advanced Leadership)’가 존재한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로자베스 모스 캔터Ros abeth Moss Kanter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 이니셔티브는 조직 외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현대 리더들이 직면한 가장 큰 당면 과제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제 타인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리더는 자신의 통제권 밖에 있는 여러 외부 집단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 좋은 예로 2014년 1월 GM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들 수 있다. 당시 메리 배라Mary Barra는 CEO에 갓 취임한 상황이었다. 배라의 기본적인 임무는 21만 2,000명의직원을 이끌어 GM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피해자 가족, 연방 규제 당국, 상원의원, 법무부, 연방법원 판사, 원고 측 변호사, 미디어 등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도 알아야 했다. 또, 배라는 경영에 활발한 목소리를 내는 행동주의 주주 해리 윌슨Harr yWilson도 상대해야 했다. 윌슨이 대표하는 4개 헤지펀드가 보유한 GM 주식은 전체의 2.1%에 불과했지만, 주주에게 더 많은 현금이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협상에서 배라는 주주들에게 50억달러를 돌려주는 데 합의했다. 동시에 이 돈을 지출하더라도 GM의 ‘지속적인 이윤창출형 성장’에는 지장이 없을것이라고 직원, 투자자, 협력업체를 안심시켜야 했다. 배라가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반드시 상대해야 할 관계자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국경 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의 국제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의 사례는 좀 더 극단적이다. 리우는 그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다. 국경 없는 의사회의 사무 인력은 소정의 월급을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들을 찾아가 긴급구호를 실시하는 수만 명의 의사,간호사 등 현장 인력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정부가 이들의 진입을 막을 수도 있다. 간혹 지역 주민들의 공격이나납치 사태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폭넓지만 취약한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에 의존하는 것 말고는 구호를 베풀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근로자들조차 과거의 방식으론 통제할 수 없다. 인적자본 전략 컨설턴트인 조시 버신 Josh Bersin은 “과거 고용주는 직원의 노동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곤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제는 직원에 대한 가치가 변했다. 직원들을 자원봉사자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기업, 특히21세기에 태동한 신흥 기업들은 직원들이 직장 생활을 의미 있는 가치의 추구라고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다. 요즘 직원들은 SNS와 구직사이트를 통해 이직할 만한 자리가 있는지, 자신의 근무환경이 다른 직장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강제로 몰아붙여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리더의 입장은 어떨까? ‘ 이젠 모두가 모든것에 대해 알고, 아무 때나 누구와도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100퍼센트 맞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도움은 될 것이다. 실패하는 리더는 이런 현실 변화를 자신의 목적 달성을 가로막는 저주받은 장애물로 받아들인다. 반면 위대한 리더는 엄청난 기회로 여긴다. 이제는 과거 전임자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손쉽게, 더 많은 정보를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관계자들과 더 자주, 더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 통제력은 줄었어도, 지도자가 성과를 낼 기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아졌다.

새로운 변화 때문에 막막하다면, 변치 않는 부분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공통의 당면 과제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는 리더를 원한다. 용기와 희망을 보여주는 리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알고 있으니나를 따르라’고 말하는 리더를 원한다. 명단에 포함된 두시장, 디트로이트의 마이크 듀건Mi ke Dug ga n 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Surabaya 의 트리 리스마하리니 Tri Rismaharini가 이런 메시지를 통해 위기에 빠졌던 도시에 전환점을가져왔다.

기본적으로 인간에겐 지도자를 원하는 심리가 있다.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집단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때 리더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유독 두드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개방성과 연결성이 근본적으로 확대된 현대 사회에선 공식적으로 권위를 부여받은 인물이 아닌, 휴대전화를 손에 든 열일곱 살 청소년이 리더가 될 수 있다. 매일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해야만 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포춘이 위대한 지도자 50인의 사례를 통해 성공을 향한 최고의 길을 밝히고자 한다.

By Geoff Colvin
IIlustration by Brian Stauf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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