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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혁신의 새 얼굴] 고효율 수도배관 발전기 外





5. 고효율 수도배관 발전기 - 그레그 세믈러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거리. 지하 6m에 묻혀 있는 시 소유의 상수도 배관 위에 신생기업 루시드 에너지의 수잔 프리디 국장(사진)이 서 있었다. 이날 그는 직원들과 함께 15m 길이의 이 파이프 내부에 계란 거품기처럼 생긴 맥주통 크 기의 터빈 4 개를 설치했다. ‘루시드 파이프 파워 시스템(LPPS)’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초소형 수력 발전기. 수도배관 내부에 설치하면 물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터빈이 회전, 전력이 생산된다. 신개념 재생가능 에너지인 셈이다.

이 회사의 그레그 세믈러 사장은 10년간 청정에너지 기업을 운영하다가 2011년 루시드 에너지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루시드 에너지는 그의 지휘 하에 올 1월 포틀랜드에서 이 시스템을 상용화해 15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1,100㎿의 전력을 생산 중이다. 향후 20년간 현지 전력회사에 판매될 전력량을 금전으로 환산하면 200만 달러가 넘는다.



전 세계 모든 도시의 지하 수도관에는 매일, 매시간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간다. 포틀랜드만 해도 분당 평균 14만7,000ℓ의 물이 상수도관을 흐른다. LPPS는 지극히 간단한 장치로 이렇게 흐르는 물의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꾼다. 배관에 설치되는 것은 스테인리스와 복합섬유로 만든 직경 107cm의 5엽식 원형 터빈뿐이며, 다른 모든 부품과 장치들은 모두 배관 외부에 설치된다.

“때문에 LPPS는 정상적인 급수에 어떠한 지장도 주지 않습니다. 특히 어류나 야생동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력 댐과는 달리 환경적 위해성도 전혀 없습니다.”

LPPS는 기본적으로 지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중력에 의해 물이 공급되는 배관에 설치되며, 별도의 센서가 수압과 수질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기 때문에 누수나 수질오염에 대한 즉각적 대처가 가능하다.

“나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실질적 도입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도시의 수도 관리자들은 신기술 도입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을 기피하거든요. 그들의 임무는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지 전력 생산은 아니니까요.”

이에 루시드 에너지는 2012년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 LPPS의 안전성과 잠재력을 입증했다. 덕분에 리버사이드 시당국으로부터 식수, 산업용수, 농업용수용 상수도관과 하수도관에도 LPPS를 설치할 수 있는 공식 인증을 받았다.

포틀랜드의 상용시스템 설치도 마냥 쉽지는 않았다. 설치비용 마련을 위해 대체에너지 전문기업 하버튼 얼터너티브 에너지로부터 1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향후 20년간 시당국과 투자자들이 수익을 나누고, 그 이후에는 전력회사가 모든 수익을 갖게 된다.

“수도관의 수명이 50년 이상이므로 전력회사의 이익이 더 큽니다. LPPS는 도시의 수도 관리 당국과 전력회사에게 새로운 형태의 이윤을 창출해줄 것입니다.”

포틀랜드에서의 시스템 설치가 성공리에 완료되면서 현재 루시드 에너지에는 한국과 중국, 브라질, 캐나다 등의 수도공급자들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6. 전력망 병목 현상 해결사 - 파블로 루이스
러시아워는 교통망에만 생기지 않는다. 전력망에도 피크 타임이라는 이름의 러시아워가 있다. 이로 인해 전기료가 인상되고, 정전도 일어난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파블로 루이스 박사팀은 이 문제를 해소시켜줄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전력망의 병목현상을 감지, 사용량이 적은 송전선으로 전력을 우회시켜준다. 이를 ‘전력 평활화(grid oothing)’라 하는데, 미 전역에 적용되면 연간 10억 달러의 피크타임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또한 이는 전력망에 비정기적으로 연결되는 재생 에너지의 활용 여지도넓혀준다. 전력 평활화를 통해 햇빛이 강한 날에는 태양열 발전에 많이 의존하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재래식 발전에 의존하는 식이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소비자의전기료 부담은 더욱 경감된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소비자도, 전력회사도 추가비용 지불이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새 프로그램의 설치뿐이다.



7. 전력 저장 스페셜리스트 - 수잔 케네디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의 한 포도주 양조장. 수잔 케네디가 발효조들을 지나 콘크리트 바닥 앞에 멈춰 섰다. 그곳에선2.5m 크기의 정사각형 금속 캐비닛이 설치되고 있었다.

그 캐비닛의 실체는 전기자동차 메이커 테슬라 모터스가 개발한 200㎾급 리튬이온 배터리다. 낮에는 양조장에 설치된 태양전지, 야간에는 기존 전력망의 전력을 저장해놓았다가 양조장의 전력수요가 최대치에 달 할 때 저장된 전력을 제공하게 된다.

케네디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신생기업 AMS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로 캘리포니아주 에너지 정책 결정의 한복판에서 15년 이상 일해 왔다. 현재 AMS를 통해 주차장에도 설치할 수 있는 모듈형 배터리를 활용, 전력망의 혁명을 일으키려 한다.



“저희는 단순히 개별건물에 대한 전력 공급만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사무단지와 산업단지를 활용, 전체 전력망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 계획 아래 AMS는 2018년까지 75~100개의 빌딩에 고정식 에너지시스템, 즉 모듈형 배터리를 설치할 방침이다.

‘ 하이브리드 전력 빌딩( HEB)’이라 명명된 이 빌딩들은 전력수요가 정점을 찍는 여름철 전력이 불안한 건물에 전력공급을 책임진다. 덕분에 AMS의 고객들은 1년 내내 정전의 걱정 없이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전력회사는 대개 발전소를 더 지어서 전력수요 상승에 대처하는데, AMS의 HEB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최대 50㎿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2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평상시의 유휴전력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만큼 환경적 유해성도 전혀 없다. 특히 고객의 자원을 전력화해 다른 고객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전력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케네디는 1999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비서로 발탁된 직후부터 전력난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전력부족과 고가의 기업용 전기료로 인해 주 전체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예견한 것이다.

“제한송전이요? 당시만 해도 제3세계 국가에나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했죠. 그게 뭔지 이해하려는 것조차 싫어했을 정 도예요.”

그녀는 주지사에게 이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리고 기업과 일반인들의 절전을 유도하는 비상 전력관리 프 로그램도 만들었다.

“2000년과 2001년 캘리포니아주에 다수의 정전 사태가 있었어요.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저희 프로그램 덕분에 정전시간을 50~160시간 줄일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다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에어컨 설정온도를 높이거나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추는 등의 희생이 요구된다. 그녀는 전력망의 진정한 안정성은 희생 없이 전력소모를 줄일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라고 믿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전력위원회에서 일하고, 후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참모로 활동하는 10년 동안 이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휴대폰과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배터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알게 됐어요. 리튬이온 배터리의 크기와 가격은 낮아졌고, 전력 저장량은 향상됐죠. 이 이점을 극대화해 전력망을 보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케네디는 해군 차관보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에너지 정책 입안에 참여했던 재컬린 파넨슈티엘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 주당국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려면 에너지 저장소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 2012년 AMS를 공동 설립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까지 전력기업들이 총 전력생산량의 3분의 1을 태양에너지,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현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50%로 높이고 싶어 하죠.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상시 전력생산이 가능한 에너지가 아니에요. 밤에는 해가 지고, 바람은 언제든 멈출 수 있어요. 반대로 주당국은 항상 전력수요를 맞춰야만 합니다.”

캘리포니아주 전력위원회의 칼리 피터먼 위원은 이 점에서 HEB, 즉 배터리를 활용한 전력저장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탁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누구나 만일을 대비해 벽장이나 창고에 식품들을 저장하고 있잖아요. 심지어 인체도 지방세포라는 에너지 저장소가 있습니다. 전력이라고 안 될 이유가 없어요.”

HEB는 재생에너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도 효용성이 있다는 게 케네디의 설명이다. 현재의 전력 분배 시스템은 전력이 모자란 곳에 잉여전력을 옮겨줄 능력이 없는 탓이다.

“수요자 인근에 작지만 유연한 전력 공급원이 있다면 큰돈을 들여 새 전력선을 설치가 필요가 없습니다.”

케네디의 비전에 공감한 전력기업 서던캘리포니아 에디슨은 2014년 11월 AMS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AMS는 1단계로 2017년까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지역의 사물빌딩 22곳에 모듈형 배터리를 설치, 총 10㎿의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또한 그 이듬해까지 LA 서부지역에서 40㎿의 전력공급 능력을 추가로 갖출 계획이다.

케네디에 따르면 AMS는 서던캘리포니아 에디슨이 원하는 용량 이상의 배터리를 설치할 생각도 하고 있다. 이 경우 배터리가 설치된 건물들은 필요시 배터리의 전력을 활용함으로써 약 10~20%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전력망은 멍텅구리예요. 발전소에서 보내준 전기를 받기만 하는 시스템입니다. HEB와 같은 가상발전소들은 더 유연하고, 비 중앙집중적이며, 화석연료 의존도가 낮은 전력망을 현실화해줄 수 있습니다.”

AMS Advanced Mixrogrid Solutions.
HEB Hybrid-Electric Buil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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