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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 외환 통합 'KEB하나은행' 출범 국내 1위 넘어 글로벌 은행 도약한다

또 하나의 ‘메가뱅크(Mega Bank)’가 탄생한다. 주인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법인 ‘KEB하나은행’이다. 국내 자산 규모 1위의 메가뱅크로 재탄생한 ‘KEB하나은행’의 출범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복합점포, 인터넷 전문은행, 계좌이동제(주거래통장에 연결된 자동이체 계좌를 온라인을 통해 쉽게 바꿀 수 있는 제도),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시스템 도입 등 굵직한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새로운 메가뱅크 출범이 은행권, 나아가 금융권의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과연 KEB하나은행은 예상대로 국내 1위 메가뱅크의 위용을 뽐낼 수 있을까?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이제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한마디에 금융권이 술렁였다. 그가 언급한 ‘ 논의’ 의 핵심은 바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이었다. 이미 외환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하나금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였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분 인수 후 무려 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 사이 노조-회사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정공방도 이어졌다.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도 김 회장은 끝까지 양사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강조했다. 그만큼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이 가져올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측의 바람대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이 성사됐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8월 10일 금융위원회에 신청한 통합 은행 본인가가 통과됨으로써 자산규모 290조원의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됐다. 9월 출범하는 합병법인의 이름은 ‘KEB하나은행’으로 결정됐다. 금융권 합병 역사에서 각 사의 이름을 공동 병기해 탄생한 통합은행은 흔치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권 합병에선 주도권을 갖는 쪽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KEB하나은행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외환은행)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고 완전한 결합을 이루려는 두 은행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과연 메가뱅크 KEB하나은행은 기대만큼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국내 1위, 나아가 글로벌 메가뱅크를 꿈꾸는 KEB하나은행의 출범이 가져올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최대 자산 규모 290조원
우선 국내 시장에선 자산 규모 290조 원에 육박하는 1위 은행에 등극한다. 기존 은행권 ‘빅3’였던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빅4’ 체제의 시작을 알리게 됐다.

하나금융지주는 KEB하나은행의 출범에 따른 단기적 시너지 효과가 수익 측면과 비용절감 측면에서 연간 총,1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외환은행의 외국환 업무, 하나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 업무와 같은 상호 강점 극대화를 통해 225억 원의 부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기존 하나카드와 외환카드 간 통합 서비스를 통해서도 204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IT 투자 부문에서는 통합관리에 따른 중복투자를 줄여 연간 799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신용카드 부문에서도 회원모집 및 서비스 수수료, IT 투자비용 및 프로세스 등 운영비용 절감 등을 통해 674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외화 부문에서는 607억 원 규모의 통합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외화예수금 부족으로 중장기 차입 및 금융채 발행을 해온 하나은행이 기존 외환은행의 외화예수금을 활용할 경우, 중장기 차입 축소 및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인력 재배치, 통합구매, 중복점포 개선을 통해 612억 원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서로의 경쟁력을 공유하며 수익증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시너지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분야는 글로벌 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그룹은 25개국에 134개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내 대표 글로벌 금융그룹이다. 현지법인 15개, 지점과 출장소 23개, 사무소 7개를 개설·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에 비해 외환 금융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은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KEB하나은행의 비전은 ‘글로벌’이 될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KEB하나은행 출범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톱40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신흥국으로 금융영토를 넓혀 10년 뒤에는 해외 수익 비중 40%를 달성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사업 실적 증가
KEB하나은행의 글로벌 전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글로벌 전략의 핵심 기지는 중국과 인도네시아다. 양 거점을 기반으로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을 잇는 이른바 ‘아시안 비즈니스 벨트’를 창출해내겠다는 의도다.

우선 중국에서는 신용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 현지 소매 비즈니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중국 현지 통합법인인 ‘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이하 통합 중국하나은행)’ 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현재 통합 중국하나은행은 하나은행의 소매 및 PB 업무, 외환은행의 외국환 및 대기업 영업력을 융합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분행장(지점장)과 이사회 의장에 중국인을 영입하고 이들에게 현지 영업 전권을 부여하는 등 현지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성장하고 있는 리스업 및 소액대출 시장에도 중국 현지 금융사와 합작을 통해 진출할 예정이다. 실제로 현재 통합 중국하나은행은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와 합작 형태로 리스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준비가 마무리되면 늦어도 올해 중 사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현지 전략은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외환은행의 현지 금융 노하우와 하나은행의 위안화 영업력이 더해지며 지난 2013년 9,230만 위안(한화 약 169억 원)이었던 당기 순이익은 지난해 1억1690만 위안(한화 약 213억원)으로 26.7%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통합 중국하나은행의 자산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1,290억 위안(한화 약 23조 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중국 내 외자은행 톱5’에 등극하겠다는 각오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손잡고 설립한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 PT.은행 KEB하나( PT.Bank KEB Hana)’ 도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2월 말 출범한 ‘PT Bank KEB Hana’는 지난해 말까지 대출금 53.5%, 예수금 63.5% 증가라는 성과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미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통합시너지가 입증된 만큼 KEB하나은행의 출범은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지 거점을 활용해 은행 사업뿐 아니라 카드, 핀테크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KEB하나은행의 출범을 바라보는 시선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하다. 대다수 전문가는 KEB하나은행이 두 은행의 바람처럼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을 현실로 만들기까지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우선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하나은행·외환은행의 경영환경은 악화했다. 합병과정에서의 진통은 두 은행 직원들의 피로도를 가중시켰다. 외환은행의 경우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적자 경영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은행과 비은행의 쌍끌이 전략으로 독주체제를 굳힌 신한금융과 정상화 국면에 접어든 KB금융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물리적 통합뿐 아니라 각각의 조직문화 통합을 통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통합 효과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에 관여했던 은행권 관계자는 말한다. “조기 통합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외환은행 직원에 대한 대규모 징계와 법적 공방이 발생했죠. 이는 결국 노사 갈등을 야기했고, 직원들의 신뢰도 역시 추락했습니다. 두 은행 조직의 융합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합병 후 통합(PMI)’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PMI의 성패( 成敗)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통합 성공의 가늠자는 ‘화학적 결합’
다행인 점은 하나은행이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합병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998년 충청은행을 시작으로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 대한투자증권(2005년)을 잇달아 인수·합병하며 일약 국내대표 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나은행만의 합병 DNA는 이번 외환은행과의 합병에서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KEB하나은행의 안착을 위한 또 하나의 열쇠로 성공적인 전산망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두 은행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전산 통합 첫날부터 결제 장애와 대금 인출 사고라는 악재를 지켜본 바 있다. 자연스레 카드사의 전산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IT 인프라 통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하나금융지주는 KEB하나은행의 전산망 통합 작업을 내년 6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애초 내년 2월 설 연휴 기간 중 마무리 지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전산망 통합 당시 사고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한층 강력한 안정화작업을 거치기로 했다. 금융IT업계 관계자는 “각종 사고에 대비한 테스트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간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통합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불리는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은행 노조의 화학적 결합 여부 역시 KEB하나은행의 연착륙을 위한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KEB하나은행이라는 국내 최대 은행으로 재탄생했다. KEB하나은행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 한 가족’이 된 것이다. 산적한 장애물을 뛰어넘고 출발하는 KEB하나은행이 금융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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