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0세인 여성의 초혼 연령을 대폭 낮춘다.'
지난 2000년 여성의 초혼 연령은 26세였으나 2013년에는 30세까지 늦춰졌다. 성인 가운데 미혼자 비율도 2000년 22%에서 2010년에는 41%까지 높아졌다.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면서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이번 기본계획 시안에서 만혼과 비혼 추세 완화에 주안점을 둔 것은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저출산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들이 실제 출산율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책의 상당수는 각 부처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인데다 그런 정책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혼 비율 낮추기에 초점 맞춘 저출산 대책=김헌주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기존의 저출산 대책이 기혼가구의 양육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3차 기본계획의 저출산 대책은 저출산의 핵심 원인인 만혼·비혼 추세를 완화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5세 미만의 나이에 결혼한 여성은 평균 2.03명의 자녀를 낳는 데 반해 결혼을 35세 이후에 한 여성은 평균 0.84명만 출산한다. 2013년 기준 전체 합계출산율과 배우자가 있는 유배우자의 합계출산율은 각각 1.19명, 1.44명이다. 결혼을 안 한 사람보다 한 사람이, 기혼자 중에서는 빨리 결혼한 사람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얘기다.
이번 기본계획 시안이 신혼부부들의 주거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는 청년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안 하는 가장 주된 요인이 주거공간 마련의 어려움이라고 보고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상향하고 전세임대주택 지원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낮은 청년고용률도 만혼 추세의 또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이라는 판단 아래 청년고용증대세제 신설 등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에 빨리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결혼이 실제 출산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은 의료비 지원 확대와 보육시설 확충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특히 산모의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오는 2018년부터 사실상 '0원'이 되도록 하고 국공립·공공형·직장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해 2025년까지 전체 보육아동의 과반이 공공성 높은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민간 아이돌보미에 대한 교육 및 이수증 발급을 통해 부모가 믿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들이 실제 출산율 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례로 대부분의 직장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빠 육아휴직 인센티브를 3개월로 확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추진계획은 '대책을 위한 대책' 정도로만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 논란은 늘 있어왔는데 사실 출산율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각 분야의 여러 대책이 조금씩이라도 정책효과를 내면 이것이 모이고 모여 출산율 상승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 기준 재정립 및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 일치 추진=고령사회 대책으로는 국민들의 노후보장 강화를 위해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이 일치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1년 차이인 정년(60세)과 연급 수급 시기(61세)의 괴리는 2018년부터 연금 수급 나이가 62세로 늦춰지면서 2년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보증금 400만원, 월세 12만원의 고령자 대상 전세임대제도를 신설해 고령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현재 65세인 고령자 기준을 70세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취업 허용 외국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은 눈길을 끈다. 골자는 노동력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해야 하지만 나이가 들었을 때 독립생계가 어려운 비전문 외국인력에 대해서는 정주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처별로 각종 정책을 시행해 우수 유학생의 정주화를 유도해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저숙련 노동자들의 국내 유입을 까다롭게 하는 정책 방향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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