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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조바심 내는 TPP, 지략이 아쉽다

시장개방 수준 높은 TPP 美조차 발효까진 첩첩산중

기존 양자 FTA 내실 기하고 국내 개혁조치 성공 추진 등

한국 '기다림의 전략' 구사를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이달 초 타결됐다. 이 소식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거대 경제권에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미칠 경제적·외교적 파장 때문이다.

우선 TPP 12개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무역의 25% 이상과 우리나라 교역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렇게 중요한 무역 블록이 등장하는데 우리나라가 여러 번 참여할 수 있는 기회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커다란 정책적 실수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졌고 국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놀란 정부는 국무총리의 국회 답변에서 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도 한국의 TPP 가입을 위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환영과 함께 긴밀한 협력을 약속받았다.

TPP는 단순히 자유무역협정(FTA)만이 아니다. 미국은 이를 발판으로 국제 경제 질서 재편을 주도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세력 팽창을 견제하려 한다. 국제 경제 및 안보 질서 재편을 위한 미국의 큰 그림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일대일로(一帶一路) 등의 전략과 대척 관계를 이룬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껏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 협력 구상들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한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는 참여를 망설여왔다. 이른바 한국의 '중국경사론'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증거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우리나라가 TPP 조기 가입을 위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럴수록 우리의 협상력만 낮아지기 때문이다. TPP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개별 회원국의 개방 스케줄을 확정해 완성된 협정문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비준하는 각국의 국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경우 지난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돼 2011년 10월 미국 의회의 비준 절차가 완료됐고 2012년 3월 발효됐다. 협상 타결에서 발효까지 5년이 걸린 셈이다.



TPP의 경우 모든 회원국의 국내 절차가 아무런 장애에 부딪히지 않고 최대한 빨리 진행된다면 오는 2017년 초 발효될 수 있다. 그러나 내년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고 민주당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TPP 체결을 반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신속한 발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TPP가 높은 수준의 다자간 FTA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가입 협상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가 실행되고 있지만 미국의 추가 요구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와 양자 간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멕시코도 매우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TPP 가입 의사를 공식화한 지금 단계에서는 차라리 TPP 출범을 지켜보며 가입 초청을 기다려보는 전략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TPP가 지역 FTA를 넘어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이라면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우리나라의 가입을 더 필요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나라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국회 비준 절차로 막혀 있는 중국과의 FTA를 조속히 발효하고 한미 FTA를 비롯한 기존 양자 FTA들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가 개방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내 개혁 조치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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