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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결국 예산이 문제인 KF-X 사업

연구비는 형편없이 모자란데 '방산 비리' 매도에 사기 꺾여

정부, 육성정책 재정립할 때

채우석 방위산업학회장

요즘 한국형 전투기(KF-X) 핵심기술 이전 문제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4개의 핵심기술 이전을 요청했으나 미국이 지난 4월 이를 거부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서한에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16일 "기술 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으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에 재차 요청했으나 또 거절당했다. 세 번이나 거절당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미국이 F-35 개발에 참여할 것을 한국에 제안한 바 있으나 우리 정부는 이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이처럼 F-35 기술 개발에 참여하라고 제안할 때는 거절하다가 이제 와 핵심기술들을 요구한다면 아무리 강한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만에 하나 해외 기술을 그대로 도입해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KF-X를 수출할 수 있을까. 당연히 수출도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이성적으로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KF-X의 핵심기술들은 이미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 등 국내 기술진이 10여년 전부터 연구에 착수해 기초기술은 모두 확보했다. 그러나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시제품 제작비용이 없어 추가적인 연구가 안되고 있다.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술진에 개발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넘쳐나는 연구개발(R&D) 자금이 국방기술 개발에 투자될 수 있도록 제도개혁을 한다면 우리 기술로 KF-X 핵심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기술을 개발하면 차후 민간의 항공우주산업 발전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방산 비리'로 시작해 결국 '방산 문제'로 끝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연초부터 1년 내내 사정정국으로 몰아 방산 기업이나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더니 이제는 핵심기술 이전의 암초에 부딪혀 40년 동안 피땀 흘려 구축해놓은 방산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 연구개발 및 생산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 '방위 산업'을 '방산 비리'라는 용어에 가져다 쓰게 되면 한국의 방산 기업 및 종사자 모두 '비리 집단'으로 매도돼 방산 수출은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 결과 지난해 36억달러에 달했던 대한민국 방산제품 수출이 올해에는 10억달러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중국·일본 등 경쟁국가의 기업들이 국내 방산비리합수단의 기사를 번역해 바이어들에게 제공하는 등 우리 기업들을 음해하는 데 좋은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비리를 저지른 것은 해외에서 무기를 수입하는 업체들인데 선량한 국내 방산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최근 한 국내 방산기업 연구원이 투신자살한 사건은 부족한 개발비와 짧은 개발기간에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긴 일이어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합수단이 이를 '방산 비리'로 지목해 수사를 하니 졸지에 애국자에서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고 결국 그런 수모를 못 견뎌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굳이 방산 비리의 원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짧은 연구개발 기간과 턱도 없이 부족한 연구개발비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심기술은 적정한 개발비를 투자해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 정부도 거시적 차원의 방위 산업 육성 정책과 전략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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