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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상식의 지평 넓힌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얼마 전 동성 결혼을 지지했다. 그는 "동성 커플들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확언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미국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그는 동성 결혼 지지 입장을 밝힌 후 처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졌다. 동성 결혼 발언 직전 조사에서는 넉넉하게 이겼으니 분명 그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가 이런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그 발언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인들도 그 발언이 소신에 의한 것(24%)이라기보다는 (대선 때 표를 기대한)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67%)이라고 봤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결단인지 정략인지는 관심이 없다. 부러운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다.

무대를 우리나라로 옮겨보자. 당장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ㆍ안철수ㆍ문재인 같은 분들은 절대 그런 발언을 하지 못할 거다. 그게 자폭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우리나라에서 동성 결혼은 고사하고 동성애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자기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은 동성애자라고 고백할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랬구나"라며 무심히 받아들일 부모는 없을 것이다. 10명 중 9명은 세상이 망하는 줄 알 거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왜 우리는 그게 세상이 망하는 신호라고 생각할까. 논리와 이성으로 들여다보자. 동성애는 나쁜 짓인가. 어떤 행위가 나쁜 짓이 되기 위해서는 남에게 피해를 줘야 된다. 동성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이성애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성애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라면 제지해야 된다. 에이즈(AIDS) 얘기다. 한때 동성애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얘기가 널리 퍼졌다. 에이즈는 HIV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병할 뿐 동성애와는 상관이 없다.

개인적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동성애를 이성애와 똑같은 개인의 성적 지향 또는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진화의 시각이 가로막았다. 진화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생명체가 자연에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번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동성애로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인터넷을 뒤지다 답을 얻었다.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해 아이를 낳아야만 번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성 결혼을 한 부부가 부모 없는 아이를 입양해 키우면 그 역시 번식이다.

꼭 아이를 낳아야만 결혼이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 아이 없이 평생 행복하게 사는 이성 결혼 부부도 무수히 많다.

많은 사람들이 논리와 이성을 무시하고 동성애를 이상하거나 좋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반적이지 않고 드물기 때문이다. 일반적이지 않고 드물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떤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해서 진실인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동성애를 이상하거나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긴 데는 종교, 특히 기독교가 큰 역할을 했다. 기독교는 성경을 근거로 동성애를 죄악시한다. 동성애는 선천적 동성애와 후천적 동성애가 있다. 성경에 따르면 자유의지가 개입될 여지없이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자인 사람도 천국에 갈 수 없다. 동성애자로 태어나게 해놓고 그렇게 태어났다고 천국에 들이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상식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할 지식이다. 동성애에 대한 기존 생각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지식이지만 상식이 아니다. 동성애가 이성애와 똑같은 개인의 성적 지향 또는 취향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지식, 곧 상식이다.

상식의 지평을 한발 더 넓혀준 오바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정과 선입견 없이 동성애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상식이 저변을 늘려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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