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공무원과 5년에 걸쳐 뇌물을 주고 받던 전 소속 직원이 지난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덜미를 잡히자 BMW코리아에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법은 외국기업이라 하더라도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면 어느 국가 공무원에 뇌물을 제공하더라도 해당 기업에 수천억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강력한 법규입니다. 정훈규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BMW코리아가 미국 법무부의 해외부패방지법, 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위반으로 최대 수천억원대의 벌금을 물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BMW코리아는 환경부 공무원이 BMW코리아 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과 FCPA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 FCPA는 외국기업이라 하더라도 임직원이 뇌물을 줬을 경우 부당이익의 두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강행규정입니다.
BMW코리아는 2009년 2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10년 1,4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습니다.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BMW코리아는 총 3,0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FCPA는 부패 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에 대해 두배까지 벌금은 물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 법무부가 공무원과의 유착으로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획득했다고 판단해 수천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30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원(공무원) 1명을 구속하고, 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BMW코리아 전 직원 1명을 불구속입건했습니다.
공무원 A씨는 환경인증 대가로 수입차 업체들로부터 5년간 술과 음식, 현금 등 뇌물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BMW코리아 전 직원의 위법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BMW코리아 법인에 대해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FCPA에 의거해 해당 국가 사법처리 결과와 별개로 법인에 대해 벌금을 부과합니다.
FCPA는 외국기업이라 하더라도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거나 미국증권거래위원회 에 공시를 하도록 되어 있는 모든 기업이 대상입니다. 이에따라 BMW는 FCPA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FCPA에 정통한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미국에 상장돼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충분히 한국에서의 뇌물사건으로 미국의 법무부 조사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담당자들 혹은 해당 직원의 단독 범행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가 사내 반부패 제도나 규율이 수립돼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몰랐다는 것 자체는 FCPA위반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미 법무는 해외에서 일어난 모든 뇌물 수수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서지는 않습니다. 수사에 앞서 사건의 영향과 조직적 행태 여부 등을 먼저 판단하게 됩니다.
미 법무부가 수사에 나설 경우 얼마나 성실히 조사에 임하는지, 평소 사내 반부패 시스템은 얼마나 잘 작동되고 있는지 등이 벌금액 규모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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