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가입자를 대신해 의료서비스를 구매하고 건보 재정을 관리·운영하는 단일 보험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평원이 62조원의 의료서비스 구매를 대행하고 있다고 밝힌 손명세 심평원장의 말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 이사장은 앞서 지난 1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심평원의 구매자 표현이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심평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올 들어서만 두 번씩이나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들 기관이 사용하는 보험자와 구매자의 개념은 보험자는 건보 재정을 관리·운영하는 주체, 구매자는 병원이나 약국 등에 의료서비스에 대한 건보 급여를 지급하는 주체를 뜻한다.
건보공단은 두 가지 업무를 하면서 심평원에 적정 급여 심사 기능만 위탁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반해 심평원은 진료행위 등에 대한 적정 가격 책정 등 별도의 핵심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심평원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공단과 심평원의 통합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자신들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존재 가치를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공단 입장에서 자신들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를 가로채려는 심평원의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단과 심평원의 신경전은 결국 기관 통합을 바라는 공단과 이에 반대하는 심평원의 입장 차이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