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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수 활성화 작은 쟁기질부터


"지금 나라 안의 백성이 모두 정치를 말하고 집집마다 법을 적은 책을 가지고 있으나, 나라가 가난해지는 것은 농사일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쟁기질을 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전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경구(警句)인데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발 재정 위기와 세계 경제 침체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해온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수출입 모두 급감하면서 무역 흑자 폭도 적잖게 감소하고 있다.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대외적인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경제 심리가 얼어붙어 그렇지 않아도 힘이 빠진 내수경기를 빠르게 냉각시키고 있다.

추석 대목, 투자·소비심리 회복 기회

내수를 받치는 큰 축인 기업 투자는 올해 초 회복 조짐을 보이다 다시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다. 향후 경기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수준까지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열기가 과도한 기업 간섭ㆍ규제로 나타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소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소비 위축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해 보인다. 근래 물가가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 매출이 최근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고 그 폭도 커졌다. 남성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채 묶음으로 할인 판매하는 여름 양말 외에는 의류 소비를 줄이는 소비 행태를 보더라도 소비 위축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이 여실히 나타난다.

내수를 살리려면 투자ㆍ소비 심리를 북돋우고 긴 안목에서 질 좋은 일자리와 실제 고용을 늘려 소득 증가가 소비와 투자로 선순환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공법은 당장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각 경제 주체의 인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내수가 회복되기만 기다린다면 경제 심리가 더 악화돼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한비자에서 농사일을 논의만 하지 말고 쟁기를 들라는 경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내수를 확충하려면 중장기적으로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해소하고 인적ㆍ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정책을 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경제 심리 전환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작은 쟁기질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시장·중기가 생기 찾는 명절로

올 추석 대목은 경제 심리 회복에 절호의 기회다. 명절을 계기로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확대하면 전통시장이 생기를 찾고 골목상인들의 소득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추석연휴 때 한시적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인하,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는 것도 지역 경기 활성화에 한몫 거들 수 있다. 그리고 여력 있는 기업이 계획된 투자와 채용을 앞당긴다면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청년층의 취업 걱정도 줄어들 것이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 현금 결제 비중을 높이고 정부ㆍ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공사 착공 시기를 조금씩 앞당기는 것도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

거창한 정책보다 서민ㆍ지역ㆍ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이러한 소소한 대책이 오히려 분위기 반전에 효과적일 것이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올 추석 명절에 고향을 방문, 지역사회와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제수 거리와 명절 선물을 사보도록 온 국민에게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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