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 천사가 돌아왔다. 지난 10년간 줄곧 줄기만 해온 엔젤투자자 수가 증가세로 반전해 1,000명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기에 최근 창업열기와 정부의 적극적인 엔젤투자 유인책이 맞물려 올해 엔젤투자 규모는 지난 2010년의 326억원보다 최소 3배 이상 늘어난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초 벤처거품이 남긴 '묻지마 투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한국의 '스마트엔젤'들이 벤처중흥의 주역이자 멘토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엔젤투자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등록을 마친 엔젤투자자 수는 900명을 넘어 다음달 초 1,000명 고지를 넘어선다. 이로써 2000년 2만8,875명을 기록한 뒤 2006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감소해온 엔젤투자자 수가 바닥을 찍고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엔젤이 늘어나면서 2000년 5,493억원에서 2010년 32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던 전체 엔젤 투자금액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이처럼 엔젤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최근 엔젤투자로 고수익을 거둔 성공사례가 잇따라 나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티켓몬스터ㆍ엔써즈 등 초기 기업들이 각각 3,000억원과 450억원대의 가격으로 인수합병(M&A)되면서 이들 기업에 지분 참여한 엔젤투자자들은 수십배의 수익을 거뒀다.
이에 더해 창업 활성화에 정책의 사활을 건 중소기업청이 강력한 엔젤투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엔젤시장에 큰 장이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중기청은 엔젤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엔젤투자매칭펀드를 마련, 올해 100억원을 쏜다. 또 상반기 내 모태펀드를 통해 매칭펀드 7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한다.
이 매칭펀드는 지난달 모바일쿠폰 업체인 나인플라바에 1억800만원을 투자해 첫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나인플라바는 민간 엔젤투자와 합쳐 총 2억1,600만원의 시드머니를 확보했다. 아울러 이번주 내로 5개 업체에 22억원의 투자가 추가로 이뤄질 예정이다. 벤처캐피탈협회 산하 엔젤투자지원센터는 "심사 중인 3차 투자 신청분도 12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최근 현대중공업ㆍKCCㆍ현대백화점 등 범현대 기업들이 출자해 '정주영엔젤투자기금' 1,000억원을 조성하는 등 재계가 힘을 보태고 있다. 배인탁 서울대ㆍKAIST 객원교수는 "엔젤투자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지 주식투자하듯이 (단기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좋은 투자건이 많이 발굴되면 적어도 3년 후에는 성공사례가 나올 테니 사람들이 엔젤투자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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