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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는 조카에 보내는 러브레터 같은 거죠"

'굿바이, 평양' 들고 온 재일동포 2세 양영희 감독

"북한 사람들이 세계를 모르는 것처럼 우리도 북한을 너무 모르잖아요. 북한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양영희(47)감독 가족의 뿌리는 제주도였지만 자신과 부모님은 일본에, 오빠 둘은 평양에 산다. 그리고 그는 재일동포 2세로, 그의 조카인 '선화'는 북송동포 2세로 떨어져 살아가고 있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북한은 탈북자, 기아, 납치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더라도 저에게 북한은 따뜻하게 맞아주는 가족이 있는 곳이었어요. 애인도 있고 연애도 하고 이혼도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 말이죠" 양 감독의 아버지는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 간부로 활동해 재일동포 북송사업이 한창이던 70년대 초 두 아들을 북한에 보냈다. 양 감독은 '왜 오빠들을 북한으로 보냈나'라며 부모님을 원망했지만 5년 전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을 찍으면서 부모님과 화해하게 됐다. 하지만 그가 찍은 다큐멘터리로 인해 북한에 입국 금지를 당했고 그는 5년이 지난 지금 '굿바이, 평양'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이건 북한에 사는 조카 선화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은 작품이에요. 선화는 제 분신 같은 아이죠" 양 감독 둘째 오빠의 딸인 선화는 현재 김일성종합대학 영문과에 다니는 학생이다. 양 감독은 "선화는 북한에서 살지만 할머니가 일본에서 보내 준 키티 잠옷을 입고 일제 연필을 사용하며 컸어요"라며 "커서 고모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하며 살고 싶다는 아이죠. 지금으로선 그 꿈이 불가능하지만"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개봉하는 이유도, 개봉하기까지 수년간 고민한 이유도 선화 때문이었다. 그는 "북한에 사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편집실에서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다"면서도 "제가 아예 유명해지면 오히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제에서 주는 상도 그래서 열심히 받고 있고요"라며 조용히 웃었다. 양 감독은 카메라가 있을 때는 선화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사니깐 아주 어른 같아요. 평양 젊은이들도 자기 나라가 고립됐다는 건 다 알고 있죠. 이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하면서 살아요.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데도 말을 많이 하는데 말이죠" 인터뷰를 하는 동안 선화 이야기를 하면 눈물을 글썽대던 양 감독은 그래도 긍정적이었다. 그는"이런 말은 해도 되고 이런 말은 하면 안된다는 거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날이 가까운 장래에 왔으면 좋겠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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