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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용지물 국감, 폐지하는 게 낫다


여야가 올 국정감사를 앞당겨 조기에 마무리하자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은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의 잘못을 잡아내는 경연장이다. 의원들에게는 매스컴의 스타가 되는 절호의 기회다. TV 카메라가 비출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의원들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은 흔히 알려진 얘기다.

그런데 감사를 받는 행정기관 쪽 사정을 돌아보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가 열릴 때마다 불려 다니고 국회의원들이 평소에 요구하는 서류도 많지만 국정감사 준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성과 없는 '호통'에 행정력만 허비

의원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의혹 차원에서 한 번 요구해본 자료지만 행정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준비한다. 이래서 국감이 있는 9월 한 달은 행정부가 거의 마비된다. 행정부 고위 간부들은 국감 위원들의 마음을 사려고 지연·혈연·학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 때문에 한 달 동안 국민을 위한 행정은 정지해버리다시피 한다. 사실상 1년에 11개월만 일하는 한국 정부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원들은 '그런 자료를 평소에 준비해놓으면 되지'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슈퍼 '갑'인 국회와 힘 없는 '을'인 행정부의 관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행정은 원래부터 불필요할 정도로 서류 자료를 증거에 의존한다. 이른바 '문서행정'으로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국감 준비에 행정이 엄청난 시간을 뺏기는 것은 '의원님들이 원하는 형식대로 의원님들이 보시기 편하도록' 잘 종합하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토록 온 나라를 들쑤셔놓는 국감이라도 엄청난 국가 재난을 막는 역할만이라도 한다면 감수하는 것이 옳다. 과적 등의 이유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항만 관리나 국토교통부의 비리에 대해 도대체 그동안 국감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퍼져나가는데도 속수무책인 질병관리본부의 허술함을 의원들은 국감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사항이 아니었던가. 그토록 누적된 문제를 매년 치른 국감에서 잡아내지 못했다는 데 할 말이 없다.



적폐에 대해 행정부를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정부 통제 임무로 세비를 받는 의원들의 감독 책임도 있는 것은 아닌가.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감독 책임을 맡은 국회의원이 반성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정부를 꾸짖는 목소리만 더 높이는 데 혈안이다.

국감은 행정의 비밀주의·권위주의가 판치던 구시대에는 아주 유용했다. 그러나 오늘날 행정의 변화에 국감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요즘 전자정부화로 모든 문서가 전자문서로 보관된다. 나아가 정부 3.0은 행정 내부의 문제를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감사원도 전문성을 기반으로 행정 통제 기능을 하고 있다.

요건·방법 재정비 등 대안 찾아야

이런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한 달 동안 행정의 마비를 일으키는 국감은 폐지돼야 한다. 대신 1년 내내 문제가 있는 곳이면 언제나 할 수 있는 국정조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국정조사의 요건이나 방법도 정비해야 한다. 의원의 쇼맨십만 길러주는 비리 들춰내기와 호통 치기에 행정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메르스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문제를 사전에 지적하는 전문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 행정 마비에 제대로 문제 지적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제성장률 0%대라는 것은 문제다. 기존 국감은 폐지하고 국정조사의 시기와 방법을 현대화해 정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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