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사진용 화학제품을 만들고 있는 한 기업은 최근 수출가격을 5% 인하했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해외시장에서 저가 매력을 앞세운 일본 업체들에 거래처를 계속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출이 20%가량 줄어드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제품값을 깎았다"고 하소연했다.
야쿠르트 같은 유제품을 미국과 일본 등지에 수출하는 한 중견기업도 상황이 심각하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일본 수출 물량은 3분의1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엔저 현상으로 국내 수출기업 절반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환 위험에 대응할 능력이 없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6일 발표한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 수출기업 30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7%가 '엔저로 인해 수출에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특히 엔저로 일본 기업이 가격 공세에 나서며 음식료 부문이 수출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경합 중인 일본 제품이 가격을 10% 낮출 때 자사의 수출 물량이 얼마나 주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음식료가 1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철강(15.1%), 조선·기자재(13.3%), 자동차·부품(12.4%), 유화(10.6%), 기계(9.2%), 정보통신·가전(9.2%), 섬유(9.1%), 반도체(8.1%) 순이었다.
엔저 현상이 당분간 지속하거나 악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응답한 곳은 12%에 그쳤으며 18.3%는 계획 중이었다.
엔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정책으로 기업들은 '환 위험관리 지원(52.3%)'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수출기업 금융지원 강화(44.0%)'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확대(33.0%)' '비용절감 지원(20.7%)' 등이 뒤를 이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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