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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보 천리'… 가장 느린 보법으로 첫걸음

■ 정구현의 승마 속으로 <6> 드디어 마장으로 Go Go

4차례 발 디딤으로 걷는 평보는 네 발 중 하나만 지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체공기가 없다.

마장까지 걸으며 건강상태 점검
세 다리로 지면 딛는 안정적 걸음
체공기 없는 평보로 훈련 시작
전방 보고 말 아랫배 누르면 출발
동작 정확하게 해줘야 말도 반응


제가 있는 한국마사회의 승마장은 수장대(말안장을 얹거나 손질하는 장소)에서 말을 타는 마장까지 거리가 꽤 됩니다. 이 구간을 저는 말과 함께 걸어갑니다. 또 마장에 도착한 후에도 안장을 다시 확인하고 말을 쓰다듬어 준 뒤 평보로 마장을 두 바퀴 정도 돌아봅니다.

매번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첫 번째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고 대개 마방에 갇혀 있다 나왔기 때문에 바깥 환경에 쉽게 놀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말과 걸으면서 말의 걸음걸이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처음 타는 말일 경우에는 걸음걸이뿐 아니라 고삐를 끌었을 때 입이 예민한지 혹은 재갈에 무딘지 등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귀가 쫑긋 세워져 있거나 뒷걸음질을 치는 경우에는 말이 불안해하는 것이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장에 나와 장비를 꼭 확인하는 습관도 중요한데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말이 걷다 보면 배에 힘이 빠져 안장이 헐거워집니다. 반드시 복대를 다시 조여줘야 기승 중 안장이 돌아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고삐에 꼬인 줄은 없는지, 등자 길이는 적당한지 등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자 그럼 이제 말에 올라타 볼까요. 제일 먼저 평보부터 시작합니다.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평보처럼 마장에서 쓰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평보란 말의 보법 중 하나입니다. 평보는 오른쪽 앞다리-왼쪽 뒷다리-왼쪽 앞다리-오른쪽 뒷다리의 순서로 발 디딤을 합니다. 보통 분당 110m를 가는 속도를 기준으로 말하는데 말이 걷는 속도인 보도 가운데 가장 느립니다. 네 번에 걸친 발 디딤은 뚜렷하고 한결같은 빠르기여야 하는데 4개 다리 중 3개는 지면에 닿아 있기 때문에 말이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없습니다. 말 위에 올라 멀리 전방을 보고 다리로 말에게 살짝 자극을 주면 앞으로 천천히 나아갈 겁니다. 보통 종아리로 아랫배를 꾸욱 눌러주고 안 움직이는 무거운 말이라면 뒤꿈치로 살짝 눌러 '우리 앞으로 가자'는 신호를 주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갑자기 차거나 TV에서처럼 고삐를 이랴이랴 하면서 자극하는 카우보이가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동작은 천천히 정확하게 해야 제대로 교육받은 말이 정확하게 반응합니다. 초보자들은 갑자기 말이 움직이면 당황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말의 둥근 몸통에 잘 매달려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서 천천히 거닐어 봅니다.



평보 이외에 속보(좌속보·경속보), 구보, 습보가 있는데 어렵게 들리지만 걸어가느냐, 발랄하게 가느냐, 뛰어 가느냐, 전력질주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물론 더 자세히 들어가면 각 보법에도 표준(medium), 단축(collection), 신장(extension) 등으로 나뉩니다. 쉽게 말하면 그냥 걷느냐, 보폭을 짧게 총총 걷느냐, 아니면 다리를 벌려 최대한 넓게 걷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표준 평보가 앞다리가 지나간 발자국을 뒷발이 그 발자국을 그대로 밟는다고 한다면 단축 걸음은 뒷다리 발자국이 앞다리 발자국에 못 미치고 신장은 뒷다리 발자국이 앞다리 발자국을 지나치겠지요.

평보 요령은 다음 편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평보는 가장 기본이지만 흔히 승마 선수들은 평보가 가장 어렵다고 말합니다. 승마는 기본을 정확하게 하는 게 제일 난도 높은 기술인 듯합니다.

사실 이런 기술적인 부분은 수년간의 연습으로 체득되지만 기술의 이론에 대한 이해도 중요합니다. 승마 이론과 상식은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차츰 온몸으로 느껴질 때가 올 거라 믿으시기 바랍니다.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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