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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엿보기] 세월호 참사에 숙연해진 분위기

좋은 정책제안 나와도 박수 없이 '…'

외부약속 취소한 채 구내식당으로

어린이날 등 기념행사도 사라져


#1.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시간 이어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 참모진과 부처 장관들도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에 참석했다. 좋은 정책 제안이 나와도 박수소리 한번 들리지 않았다.

#2. 청와대 A비서관은 요즈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이전에 잡았던 점심 약속을 취소하는게 일이다. 대신 참모들이 일하는 위민관 지하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세월호 사태 이후 수습방안도 마련해야 하고 재난안전 대책도 만들어야 하는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1시간 이상 편안하게 외부에서 식사를 즐기는 것은 그에게 사치일 뿐이다.

세월호 참사로 청와대 풍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주요 회의에서 박수 소리가 자취를 감추었고 비서관, 행정관 등 참모진은 외부약속을 가능한 한 줄이고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연례행사인 어린이날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있는 문화의 날 행사도 취소하는 등 기념행사를 최소화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애도 분위기가 감도는 청와대에서 ‘박수’, ‘약속’, ‘행사’등 3가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

세월호 참사 이전만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 국정과제 회의에서는 훌륭한 정책대안이 제시되거나 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에는 간간이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로는 박수소리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박수소리가 한번도 들리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계속 사과를 하고 있고 국민안전 마스터플랜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엄숙한 분위기가 청와대를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외부약속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시한 국가개조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의 기능과 역할도 신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할 일이 태산처럼 쌓이다 보니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고 기존 약속도 취소하고 있다”며 “세월호 사태와 관련이 있는 수석실은 아예 전 직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청와대와 가까운 종로구 통의동에서 한정식 집을 운영하는 B대표는 “청와대와 서울정부청사 직원들이 외부약속을 줄이다 보니 손님이 20% 이상 감소했다”면서 “세월호 사태로 청와대 인근 식당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기념행사도 줄어들고 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청와대는 아무 행사 없이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해의 경우 청와대는 300여명의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눗방울 쇼와 삐에로 묘기, 군 의장대 사열 등을 선보이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순방이 예정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참석해 친필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청와대는 ‘문화가 있는 날’도 4월에는 침묵 속에서 보냈다. 박 대통령은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 뮤지컬 등 문화행사를 참관하며 행사의 취지를 알리는 데 직접 나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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