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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 일본기업이 배상해야"

대법 "미쓰비시중공업·신일본제철은 배상 책임 있어"<br>소멸시효 등 4대 쟁점 비판<br>사건 하급심으로 돌려보내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가족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주영기자

일제 강점기에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들이 68년 만에 일본 기업으로부터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4일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10여명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크게 크게 네 가지다. 일본판결을 승인할 것인지, 옛 미쓰비시와 미쓰비시, 옛 일본제철과 신일본제철을 동일하게 볼 것인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원고의 청구권이 소멸됐는지, 소멸시효를 인정할지 등이다.

재판부는 우선 "일본재판소가 내린 판결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충돌해 일본판결 승인은 대한민국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들의 전신인 옛 미쓰비시와 옛 일본제철을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옛 미쓰비시, 옛 일본제철이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영업재산ㆍ종업원 등을 승계해 회사의 인적ㆍ물적 구성에 변화가 없었다"며 "일본 국내법을 이유로 대한국민 국민에 대한 채무가 면탈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전후 처리 및 배상채무 해결을 위해 회사경리응급조치법과 기업재건정비법 등을 제정해 옛 미쓰비시와 미쓰비시를 다른 회사로 분리했다. 이 법에 따라 옛 미쓰비시, 옛 일본제철에 징용당한 원고들은 피해를 구제 받지 못했다.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됐는지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려워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될 시점까지 원고들은 대한민국에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들의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쓰비시에 소송을 낸 이명목(89)씨 등 6명은 지난 1944년 히로시마 미쓰비시 기계제작소와 조선소 노무자로 끌려가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작업이 중단될 때까지 일하다 귀국했다. 이후 이씨 등은 1995년 히로시마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소가 기각됐다. 이에 이씨 등은 또 일본 법원에 항소한 뒤 이듬해인 2000년 한국 부산지법에 "미쓰비시는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1억원과 미지급 임금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같은 소송을 냈으나 1ㆍ2심 재판부는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들에 대한 패소를 확정했다.

또 다른 원고인 여운택(89)씨 등 5명도 1997년 오사카지방재판소와 오사카고등재판소에 잇따라 신일본제철소를 상대로 소를 냈으나 모두 패소했다. 여씨 등은 이후 2005년 국내에서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국내 재판부 역시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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