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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 긴축 정책에 반기… 유로존 위기 해법 다시 미궁속으로

佛 사르코지 대선 패배 이어<br>그리스 연정도 사실상 붕괴<br>재정 논의 2년만에 원점으로

지난 2년간 모진 '긴축' 바람에 억눌렸던 유럽의 민심이 결국은 거센 역류를 일으켰다. 긴축재정 해법을 주도해온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 혹독한 재정긴축의 시험대가 됐던 그리스 국민들이 6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저마다 긴축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면서 최악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 독일식 긴축해법에 급브레이크=6일(현지시간) 프랑스와 그리스ㆍ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실시된 선거 결과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긴축정책에 앞장서온 각국 집권당은 유권자의 외면에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목이 집중됐던 프랑스 대선에서는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17년 만에 좌파정권을 수립했고 그리스에서는 지난 30년 가까이 번갈아 정권을 장악했던 사회당과 신민당 연정이 사실상 붕괴됐다. 이날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지방선거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사실상 야당에 패배하면서 정권 장악력이 약화됐다.

독일과 프랑스ㆍ그리스 등 유로존 위기와 해결의 핵심 주역이 줄줄이 국내 정치의 역풍을 맞게 됨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유로존 위기의 유일한 해법이었던 긴축재정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프랑스의 올랑드 당선자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후 앞으로 프랑스의 경제정책에서 경제 성장과 채무 감축이 우선시될 것이라며 "더 이상 긴축 정책이 (위기 해소의) 유일한 방안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총선에서도 채권상환 중단과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 등의 공약을 내걸었던 급진좌파연합이 제2당으로 급부상하고 연립여당이 의석 과반수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축을 조건으로 한 구제금융 이행이 다시 한번 기로에 놓이게 됐다. 사라 헤윈 스탠다드차타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긴축에 대한) 반발이 워낙 커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연정이 수립된다고 해도 더 이상 긴축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도 성장정책으로 선회하나=독일식 긴축정책에 대한 유럽 각국의 반발이 이날 선거에서 표출된 가운데 그동안 팍팍한 재정정책을 강요해온 독일도 그동안의 긴축 일변도 정책에서 성장에 관심을 두는 쪽으로 입장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독일 집권당 내에서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독일이 긴축을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른바 '메르코지'가 이끌어온 긴축해법이 유로존에 오히려 더 심각한 위기를 불러일으킨 상황에서 성장을 요구하는 유럽 여론과 타협점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점증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유럽 경제회복을 위해 올랑드 당선자와 "성장 협약을 만드는 데 힘을 합칠 것"이라고 밝혔다. 올랑드 후보가 대선 캠페인에서 유럽 신재정협약 재협상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성장정책이 보완될 경우에만 재정협약을 추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그의 성장정책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독ㆍ프 공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럽 위기 해법 2년여 만에 '원점'=올 들어 신재정협약 등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뤄낸 유로존 위기 해법 논의는 프랑스와 그리스 선거 결과로 사실상 2년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독일이 성장협약을 제안하는 등 독일과 프랑스가 '메르코지'에 이어 '메르콜랑드'연대로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독일의 입장 변화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유로존 해법 논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코펜하겐 소재 삭소 뱅크의 스티븐 제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제 정치권이 유럽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특히 연정 붕괴로 구제금융 이행 조건 달성이 난관이 부딪친 그리스는 다시 디폴트와 유로존 이탈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됐다. 런던 소재 노무라인터내셔널의 레프테리스 파마키스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달 말 트로이카의 그리스 방문 일정과 새로운 긴축이행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남은 시간은 매우 촉박하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험이 현저하게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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