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고무줄 만리장성에 부쳐


선비, 거란, 여진에 이어 한국인(조선족)까지 중화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것인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방치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마저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우리의 고대사가 송두리째 빼앗기는 마당에….

중국 국가문물국은 최근 전문가들이 5년간 조사한 결과, 만리장성의 길이가 지난 2009년 발표한 8,851.8km보다 2배이상 많은 2만1,196.8km라고 공식 발표했다. 서로는 기점을 당초 간쑤성 자위관(嘉峪關)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까지, 동으로는 요서지역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압록강 하구 단둥 부근 호산산성(고구려 박작성)을 거쳐 헤이룽장(黑龍江)성까지 고무줄처럼 늘렸다.

만리장성은 문화ㆍ역사적으로 중국과 비중국의 경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수천년 이어져 온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확장된 만리장성의 아래쪽인 동북과 서북 지역을 자기들 역사의 영역으로 굳히겠다는 의도다.

이 주장이 국제적으로 대세가 된다면 만주에서 내려온 우리 민족은 뿌리가 사라지고 결국 중국에 동화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다. 고구려사나 발해사까지 자기네들의 역사로 편입한 마당이다. 조선의 혼이 말살되는 위기를 맞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우리 민족은 언어나 DNA, 몽골반점을 보더라도 한족과는 분명하게 다르고 몽골, 일본과 같은 퉁구스 내지 알타이계임은 명약관화하다.

동북공정 방치 땐 중화 블랙홀 빠져

동북공정의 그 뿌리는 "멸만흥한(滅滿興漢) 회복중화(恢復中華)"의 기치를 내건 주원장의 명나라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원나라 오랑케를 물리친 후 대대적으로 확대시킨 만리장성을 요즘 들어 역사적으로 기정 사실화하는 것이다. "회복중화"의 기치는 청나라 말엽 중국혁명동맹회의 손문에게, 다시 모택동에게 계승됐고 기실 오늘에 이르렀다.

로마가 점령하고 제국을 형성했다고 해서 점령이전의 갈리아 역사, 브리타니아 역사를 로마사로 만들었나. 중국이 만주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고 해서 만주지역의 고대사까지 자기들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문제는 자기의 선조들을 잃어버리고 제대로 찾으려는 노력조차 등한히 하고 있는 국내 사학계와 정치권이 문제다.



해방이후 불거지고 있는 독도 문제가 더 큰 문제인가, 우리의 혼을 빼앗길 지도 모르는 북방고대사 문제가 더 시급한가.

흔히 단군이래 요즈음 가장 잘 살고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래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1,000여년만에 진행되고 있지만 너무 느림보 걸음이다.

사대부, 성리학자들이 이씨 조선을 일으키며 북방 민족을 오랑케로 보고 중국의 시각으로 소중화(小中華), 사대주의에 빠진 피해가 너무도 크다.

중국은 몇십년에 걸쳐 대응하며 역사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우리는 위기의식이 없고 전의(戰意)가 없다.

한족의 동북공정에 대응해 우리의 고대사를 제대로 찾아내고 우리의 혼을 지켜내기 위해 북방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재단을 만들자. 북방자료를 발굴하고 사료가 없다지만 중국의 사료를 근거로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조선족의 고대사를 찾아낼 수 있다.

북방고대사 연구할 재단 만들어야

재단을 이끌 연구자들도 기존의 사학계 보다는 몽골이나 만주 등 북방을 연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꾸리자.

그렇지 못한다면 독도문제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는 동북아연구재단을 북방중심으로 바꾸자. 한국학중앙연구원이나 국학연구소를 개편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대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시아시대, 글로벌 시대 혼이 없는 민족, 혼이 없는 나라, 우리들의 미래는 사라질 것이다.

고조선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요서지역 훙산(紅山)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요하문명 유적이 발굴되고 요동반도에서 발견된 진뉴산인(金牛山人)은 베이징원인보다 훨씬 앞선 유골이 다. 명나라 이전만해도 산하이관을 넘어서지 못한 한족을 감안할 때 동이계열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찬란한 고대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