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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백화점과 패션의 상생


#지난 9~11일 SPA(제조ㆍ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발열 내의인 '히트텍'을 반값에 판매했다. 일부 매장은 수백미터씩 줄이 늘어설 정도로 소비자들이 몰려들었고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오전부터 마비됐다. 사흘 동안 내의 판매는 3배 이상 급증, '히트텍 대란'을 불러일으켰다.

#15일 또 다른 SPA 브랜드인 H&M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와 협업한 제품을 전세계에서 동시 출시했다. H&M이 매년 내놓는 디자이너 협업 한정판 제품은 소비자들이 전날 밤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곤 하는데 올해도 오전에 판매가 동났다.

내수 소비가 얼어붙었다고 하지만 이처럼 품질 대비 값이 싸거나 소장가치가 있거나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는 제품은 불황도 비켜가며 불티나게 팔린다.

문제는 이들 저가 해외 브랜드들이 패션 시장을 잠식하면서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백화점이 소비 부진의 늪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데 있다. 백화점에서 중가 또는 고가 제품이 잘 팔리지 않으면서 백화점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이달 들어 소비가 소폭이나마 개선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완연한 회복세로 보기에는 무리다. 더욱이 소비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수차례의 경제위기와 불황을 겪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가치 있는 고가 제품 또는 합리적 저가 제품으로 소비 성향이 굳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당분간 백화점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다퉈 들여온 SPA 브랜드에 고전

이 같은 사정은 내수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백화점들이 자초한 부분도 없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일본의 유니클로와 스페인의 자라(ZARA)라는 유수의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국내에 들여온 장본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를 통해 조르지오아르마니ㆍ돌체앤가바나ㆍ갭 등 30여개 해외 브랜드를 직수입하고 있다. 결국 백화점들이 앞다퉈 해외 브랜드 유통에 앞장서면서 국산 중저가 제품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국내 패션 산업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는 백화점의 덕이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1979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이 오픈하면서 을지로, 명동 등지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던 디자이너들이 백화점에 매장을 열어 국내 디자이너 부티크 브랜드로 성장해온 일화는 유명하다.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전국 각지에 점포망을 확충하면서 국내 패션 브랜드들도 함께 성장해왔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백화점들이 다시 길거리 브랜드, 동대문시장 브랜드 등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인디 디자이너 페어에서 눈여겨봐온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편집매장에 속속 입점시키고 있으며 신세계 역시 '신진디자이너 페어' '스트리트패션 페어' 등을 열어 길거리 점포에서 소비자 호응을 얻은 브랜드를 편집매장에 들여놓고 있다. 불황기에 SPA 매장에 빼앗긴 젊은 소비자들을 다시 백화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백화점들은 강남 가로수길, 청담동, 동대문시장 등에서 발품을 팔아 신진 디자이너를 찾아낸다. 백화점은 발굴한 이들에게 입점 수수료를 낮춰주거나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해주는 등 자발적인 상생 전략을 통해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발굴·육성 적극 나서야

위기는 언제나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처럼 국내 패션 업계도 샤넬, 루이비통 같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데 백화점들이 일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에서 수십년 동안 갈고 닦아온 한국 패션의 하드웨어 인프라에다 최근 K팝, 영화 등 세계 문화계를 주름잡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저력까지 십분 활용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백화점들이 협력업체에 수수료 인하라는 물고기를 직접 주기보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진정한 상생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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