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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금지' 이렇게 생각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부활하고 순환출자 금지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10위권 대기업집단의 모든 계열사에 대해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며, 기존 순환출자를 3년 안에 해소하지 못하면 의결권 제한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두 전문가의 견해를 싣는다.

● 김상택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

순환출자 통한 몸집 부풀리기 규제하거나

M&A 활성화, 시장의 힘으로 해소시켜야

순환출자 금지론자들은 재벌그룹들이 계열사를 늘리고 지배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미 폐기된 구시대적 규제를 다시 부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순환출자는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해 자본금을 늘려가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재벌총수 갑(甲)이 100억원을 투자해 A사를 설립하고 A사가 49억원을 투자해 B사(일반공모 51억원)를 설립하면 갑은 B사 경영권도 소유한 셈이 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C사를 설립, A사에 50억원을 투자하게 하면 A사의 자본금이 150억원으로 늘어나고 갑의 경영권은 유지된다. 100억원을 투자한 갑은 BㆍC사의 대주주가 될 뿐만 아니라 A사 자본금이 50억원 증액되는 추가 혜택도 누린다.

보통의 경우 주식회사 경영권은 최대주주가 갖는 권리이므로 자신이 투자한 금액의 2배 정도 되는 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런데 갑은 100억원을 출자해 350억원의 자본금을 가진 회사들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재벌들이 순환출자를 선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순환출자에 더 많은 회사를 이용하면 갑은 출자금의 3.5배보다 훨씬 큰 배율로 여러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B사가 부도나면 A사는 자본 중 큰 부분이, C사는 대주주 겸 경영권자가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B사는 부도나기 전 C사로 하여금 자신의 부도를 막도록 할 동기가 있다. 즉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순환출자에 연관된 다른 계열사들도 부실해질 수 있다.

순환출자가 외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생각할 것은 인수합병(M&A) 가능성이다. 외국에서는 인수합병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우리나라는 활성화돼 있지 않다. 순환출자 고리의 중간에 위치한 기업을 인수하면 그 밑에 소속된 기업들도 한꺼번에 인수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실제 기업의 가치가 해당 기업의 인수대가보다 커지는 부작용이 생겨 순환출자에 포함된 기업들은 인수합병의 좋은 대상이 된다. 이것이 지주회사 체계와의 차이점이다.

C사의 최대주주인 B사를 인수하면 C사 경영권도 갖게 되며 A사 지분도 일정부분 보유하게 돼 B사를 인수한 기업은 새로운 재벌이 된다. 이런 인수합병 위험 때문에 외국에서는 순환출자를 하지 않는다. 다르게 해석하면 인수합병을 통해 순환출자가 자연스럽게 해소됐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재벌총수는 순환출자를 통해 몸집을 부풀렸지만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집을 부풀린 기업이 있다면 인수합병을 통해 순환출자의 맥이 끊어져 어차피 순환출자는 계속될 수 없다.

이런 이치를 생각하면 우리 정부는 순환출자 금지 규제를 재도입해 거품을 없애거나, 인수합병을 적극 허용해 시장경제의 힘으로 순환출자가 해소되도록 하는 두 가지 정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달려 있다. 순환출자도 금지하지 않고 인수합병도 활성화하지 않는다면 순환출자를 통한 부풀리기와 폐해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소송연구회장

지금도 손자회사는 모회사 주식 취득 못해
순환출자 막으려면 LBO·포이즌필 허용을


최근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하는 법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아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 보인다. 인수합병(M&A)을 활성화시켜 간접적으로 순환출자 금지 효과를 보는 안도 제기되고 있다. 순환출자만 금지시키면 재벌들이 투자금액보다 더 큰 비율로 여러 기업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폐해를 차단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허상에 대한 믿음이 아닌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순환출자 금지론은 지난 100년간 확립된 회사법상의 자본충실 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원칙은 시장이 다변화된 현대 경제사회에서는 오히려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문제 제기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급기야 일본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입법론적으로 예외를 인정하기에 이르렀고, 우리나라도 그 뒤를 따랐다. 일본은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자본충실 원칙에 대한 대표적 예외로 꼽히는 주식이전ㆍ교환제도를 신설했고 우리나라도 금융지주회사법과 상법에 각각 이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1960년대부터 이용해왔는데 가공자본으로 지주회사를 만들어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충실의 원칙에 고착돼 있는 대륙법계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제도다.

이처럼 100년간 회사법의 기본원칙(자본충실원칙)을 포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매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매수자금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LBO(Leveraged Buy Outㆍ차입매수)와 주식이전ㆍ교환제도를 통해 가공자본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었고, 자본시장은 날로 확충된 바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불황에 허덕이던 당시의 한국과 일본에 이 제도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자본충실의 원칙은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돼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순환출자는 우리 경제의 악의 축"이라며 개혁을 논하는 것은 자칫 불필요한 논쟁만 가열시킬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식이전ㆍ교환제도를 도입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손자회사가 모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삼각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둠으로써 가공자본의 확대를 차단하는 예방조치도 취했다.

그럼에도 순환출자를 추가로 금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입법론적으로 볼 때 매우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M&A를 활성화시켜 순환출자를 차단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M&A를 활성화하려면 LBO를 합법화하되 미국처럼 경영권 보호장치인 포이즌필(Poison Pill) 제도도 함께 도입,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6년 대법원 판결 이후 지속적으로 LBO 방식의 기업인수를 배임죄로 처벌해왔고, 포이즌필 제도는 지난 수년간 도입이 미뤄져 왔다.

결론적으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은 입법론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어찌 보면 순환출자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불가피한 경영전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순환출자를 금지시키려면 우리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대안 없는 금지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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