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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료 경쟁에만 눈 먼 문학상


가을이 깊어가면서 이곳 저곳에서 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온다. 그 동안 문학상은 출판사가 발굴한 유망작가에 독자들이 신뢰를 표시하면서 수상작을 구매해주는 출판계의 선순환 고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문학상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출판사나 작가 모두 고료 경쟁에만 몰두해 문학상의 신뢰와 권위를 실추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출판계에 따르면 1,000만 원 이상 고료를 내건 문학상만 20여개에 달한다. 민음사 주관의 '오늘의 작가상'은 3,000만원, 문학동네작가상도 고료가 2,000만원이다. 최근에는 언론사까지 가세하면서 고료가 1억원까지 치솟는 고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작가들이 창의성이나 주제의식에 집중하기보다는 문학상 수상을 겨냥한 맞춤 생산에 나서면서 문학의 순수성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있다. 실제로 일부 작가들이 심사위원 면면을 미리 조사해 이들 입맛에 맞는 소재와 문체를 선택하고 최근 유행에 편승한 소설을 맞춤형으로 생산한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이는 작가들이 처한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장편소설을 출간해도 1만부를 팔기 어려운 요즘 인세로 1,000만~2,000만원 벌기도 힘든 것이 출판계의 사정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여전히 문학상의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문학상인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의 고료는 100만엔(약 1,500만원) 수준인데 당선작은 1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보증 수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프랑스의 '아카데미 콩쿠르'도 수상작에 상징적으로 10유로만 지급하지만 평균 60만 부가 팔리며 작가에게 경제적 혜택과 명성을 가져다준다. 문학의 위기를 운운하지만 소설은 여전히 영화, 드라마 등으로 활용되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원천으로 각광받고 있다. 완득이, 마당을 나온 암탉, 도가니 등 올들어서만도 영화로 재조명받은 소설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작가들은 고료보다 자신만의 개성과 정신세계로 승부하는 작가 정신을 회복하고, 출판계도 초심으로 돌아가 독자 신뢰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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