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유 전 회장의 시신을 감식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모든 첨단기술을 동원해 사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과수는 혈관의 분포와 장기 상태를 3차원으로 세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MDCT) 등을 부검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각 분야 전문의도 외부 자문위원 형태로 참여시켰다. 부검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 같은 국과수의 노력에도 많은 법의학 관계자들은 심하게 부패된 시신에서 사인뿐만 아니라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시점조차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 전 회장의 시신 상태에서 독극물이 검출되거나 뼈가 골절되지 않는 이상 찾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정빈 서울대 법의학교실 명예교수는 "반백골화된 상태라면 연조직이나 장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인은 물론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연사인지조차 알아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시각을 알아내는 가장 보편적 방법은 구더기의 모양으로 유추하는 것인데 이 역시 15일이 지나면 별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훼손된 조직이나 찔린 자국 등 확실한 손상이 발견되거나 연골의 골절 등으로 사인을 규명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조직 자체가 훼손돼 많은 소견이 나오기 힘들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 교수는 또 "장기로 사인을 판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유출된) 사진을 보니 이마저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남아 있는 장기가 거의 없으면 독극물 검사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 또한 "부패가 심한 시신에서 사망 원인이나 사망 시점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샅샅이 찾아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한 법의학 전문가는 "국과수가 극단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열심히 그리고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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