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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덤벼라 에볼라

■ 바이러스 사냥꾼(피터 피오트 지음, 아마존의 나비 펴냄)


에볼라 발견된 지 40년 넘었지만 숙주 확인·치료제 개발 지지부진

보건의료 취약 아프리카엔 비극

'세계적인 공공의 선' 지키기 위해 국제적 연대·지원정책으로 맞서

최초 발견자인 저자의 경험 회고… 메르스 지나간 한국에도 경각심


1976년 9월 마지막 주 화요일. 벨기에 앤트워프 실험실에 자이르에서(현 콩고민주공화국) 배송된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저 멀리 떨어진 적도지역 콩고강 근처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독특한 유행병이 담긴 혈액 검체였다. 이 유행병은 '출혈열을 동반한 황열'로 추측됐다. 그러나 이 질병으로 사망한 벨기에 수녀들은 황열 백신을 접종 받은 상태였다. 이 유행병의 정체를 알기 위한 실험은 이어졌고, 마침내 황열과는 다른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자 현미경으로 살펴본 바이러스의 형태는 우간다에서 수입한 원숭이로부터 몇 몇 제약회사 연구원들이 감염되면서 알려진 마버그 바이러스와 닮아 있었다.

당시 마버그 바이러스용 항체가 없었기 때문에 저자를 포함한 실험실 관계자들은 검체 전부를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안전한 실험실로 보냈다. 시간이 얼마 지나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답변이 왔다. 새로운 바이러스였다. 저자는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자이르로 떠난 후 이 바이러스를 에볼라 바이러스라 명한다.

발견된 지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숙주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치료제도 존재하지 않고 치사율 또한 6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바이러스 사냥꾼'은 에볼라 바이러스 최초 발견자이자 세계보건기구(WHO) 에볼라 대응 책임자였던 저자가 에볼라 바이러스를 발견한 시점에서 시작해 지난 2008년 12월 31일 사무총장을 맡았던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을 떠나는 시점에서 끝을 맺는다.

피오트 박사의 일대기를 정리한 책은 지구상에서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로 꼽히는 에볼라를 발견한 시점부터 현대 최악의 유행병으로 꼽히는 에이즈와 맞서 싸우는 일련의 사건들과 기록들을 담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바이러스 발견의 순간들, 사람들에 대해 저자 자신의 경험과 관점에서 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려 하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록들은 단순히 한 연구자의 과거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감염성 질환을 다루고 있는지를 또렷이 보여준다. 아울러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감염성 질환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76년 첫 유행이 발견된 이래로 25번의 에볼라 유행은 아주 한정된 지역과 시간에서만 발생했다. 그리고 최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최근 유행 양상은 사뭇 달랐다. 저자는 바이러스가 극단적으로 변이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보건의료 체계의 맥락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비극은 감염성 질환의 유행이 계속해서 전 세계를 위협하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저자는 인플루엔자나 에이즈처럼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역시 동물에서 유래했으며, 다른 감염병이 앞으로도 사람들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과 스페인에 전파된 에볼라와 한국에 퍼진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유행병이 일어나면 지역사회에 심각한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유행을 촉발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유입된 치명적인 질병의 이차감염 사례들은 환자 치료, 후송 절차, 임상적, 혹은 보건 측면의 통제에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대중에게 공포를 일으키고 보건의료체계를 혼란시킨다.

그러나 저자는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유행과 맞서 싸우는 것은 유행 지역 사람들의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측면뿐 아니라 '세계적인 공공의 선'을 지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서아프리카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이익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는 의료진을 파견한 한국을 포함한 국제적 연대와 지원을 이끌어 냈다"며 "이런 국제적 지원은 유행을 통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현재의 사태는 유행을 촉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들이 한데 모였을 때 어떤 일이 나타나는지도 보여준다고 언급한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의 경우 이 폭풍은 수십 년간의 잔혹한 내전과 부패한 독재정부로 인한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 작동하지 않는 보건의료체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민 일인당 의료진 숫자, 질병의 원인에 대한 전통적 믿음, 국내외 단계에서의 늑장 대응이 모여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역설적으로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는 효율적이며 평등하게 작동하는 보건의료체계가 유행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줬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오늘날을 관통하는 주요한 두 개의 유행병, 에볼라와 에이즈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담고 있다"며 "이 책의 한국어판이 발간되는 시점은 유행지역인 중동에서 유입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으로 한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이다. 이 사건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글로벌해진 세상이 유행병과 새로이 등장한 질병들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고.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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