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상의 ‘human trafficking’은 국가가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행위까지 포괄하고 있으나 한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인신매매’는 개인적인 착취 행위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6일 도쿄 도내에서 요미우리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군위안부 발언에 대해 “여성 학대와 인신매매 방지에 관한 미·일 공통의 대처는 과거를 인정함으로써 한층 강화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메시지였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가 7일 보도했다.
이 같은 언급은 미국 정부가 아베 총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이는 미국 국무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광의의 인신착취 행위를 뜻하는 ‘human trafficking’이라는 용어를 써왔기 때문에 아베 총리의 발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인신매매’는 개인이 상업적 목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를 특정하고 있어 용어 해석 상의 차이가 크다.
일본이 국가적 시스템을 이용해 식민지의 무고한 여성들을 강제 동원해 일본군의 성노예로 삼았던 행위를 ‘인신매매’라고 표현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이 같은 영어와 한·일 간의 용어 해석 차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위안부 강제동원 책임을 회피하면서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human trafficking’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분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이날 위안부 문제의 용어 규정 논란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미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성(性)을 목적으로 한 일본군의 여성 인신매매로서 끔찍하고 극악한 인권 침해”(the trafficking of women for sexual purposes by the Japanese military during World War II was a terrible, egregious violation of human rights)“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미 국무부의 논평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하순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인신매매라고 표현한 것과는 달리, 사안의 성격과 본질을 보다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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