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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용(65ㆍ사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다음달 2일 새롭게 출범하는 농협을 위해 정부가 5조원을 지원한 것은 절대 '공짜 돈'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뒤 "이제 농민은 생산하고 농협이 팔아주는 형태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유통 등의 전면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협을 어떤 경우에도 정부 당국자들의 '낙하산 창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수 차례 드러냈다.
서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 FTA로 농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FTA를 하더라도 전혀 망할 이유가 없다"며 "올해 한미 FTA가 발효되고 한중 FTA 협상이 시작되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으면 선진농업으로 가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한중 FTA 공청회가 열리던 지난 24일 오전 서울 과천 정부청사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최근의 현안인 농협과 FTA 문제 등에 대해 격정 어린 목소리로 소신을 피력했다.
FTA 두려워할 필요 없어…농업 선진 원년 만들 것
서 장관은 몇 번이고 "FTA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시간은 공교롭게도 한중 FTA 공청회가 열리던 때와 맞물려 있었다. 앞서 한미 FTA 발효시점은 오는 3월15일로 정해졌다. 야당은 한미 FTA 폐기를 요구하고 한중 FTA 공청회는 농민단체들의 시위로 파행을 겪는 때였다. 자연스레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장관의 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 장관의 의지는 굳었다.
"한중 FTA로 피해가 큰 건 사실이에요. 15년 동안 12조7,000억원의 피해가 날 수 있다고 하니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와 인접한데다 가격구조가 엇비슷해요. 그리고 가격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책을 어떻게 하느냐와 협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 하는 겁니다. 한중 FTA는 고추ㆍ마늘ㆍ양파ㆍ수산물 등을 제외하고 협상하자 그겁니다."
FTA가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과 정부의 대책 때문이다. 서 장관은 칠레와의 FTA 사례부터 꺼냈다.
"지난 2004년 칠레와 FTA 한다고 하자 농민들이 고속도로 점거했어요. 그때 문제가 됐던 게 포도와 키위입니다. 당시 포도가 1㎏에 6,700원이었는데 2010년에는 1만1,000원이에요. 칠레산 들어오면 값 떨어진다고 했는데 오히려 국내산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가격이 올랐습니다. 수입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보전해주기로 했는데 그런 직불제 집행이 안 됐어요."
서 장관은 한미 FTA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했다. 특히 한미 FTA로 수입 쇠고기가 늘어난다는 주장이나 국내 축산농가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했다.
서 장관은 "아직 한미 FTA는 발효도 되지 않았다"면서 "한미 FTA로 쇠고기는 15년간 40%의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숫자를 하나씩 예로 들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15년 동안 철폐니까 평균 매년 2.7%씩 생산비를 줄이거나 유통비를 감소시키면 됩니다. 이것 때문에 농가가 망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곡물사료 비용을 낮추기 위해 무관세나 할당관세로 하는 품목을 11개에서 21개로 늘렸습니다. 풀사료도 사료직불제를 해서 20만원씩 보조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생산비에서만 20%를 줄일 수 있어요. 이 밖에 현재 쇠고기값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42.5%인데 농협을 활성화하면 두 항목을 더해 40%를 못 줄일 이유가 없습니다."
서 장관은 인터뷰 내내 FTA에 따른 농가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면세유 공급 대상 추가, 농사용 전기료 적용시설 확대, 피해보전직불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거꾸로 농촌에서도 FTA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얼마든지 중국의 소득층을 공략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87%여서 문을 닫고 살 수는 없는 만큼 농업도 올해 100억달러 수출목표를 세우고 독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일 등 농수산물가 안정될 것…근본 틀 바꾸고 있다
서 장관은 물가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당장은 무ㆍ배추ㆍ고추ㆍ마늘ㆍ양파 등 주요 농산물값은 안정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과일값은 한파로 올랐기 때문에 조금만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구조적인 개혁. 그는 매년 들쭉날쭉한 농산물 가격을 잡게끔 근본 틀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추만 놓고 보면 우리가 농협에 계약재배를 30% 해주라고 하고 있어요. 2015년까지는 주요 농산물의 50%를 농협이 계약 재배할 예정입니다. 농협이 가격조정을 하게 되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할 수 없어요. 가격은 저절로 잡히게 됩니다."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사업은 또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농산물 가격이 쌀 때 샀다가 비살 때 방출해 가격을 잡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유통구조 전체를 바꿀 계획이다. 서 장관은 "5대 권역별로 물류센터를 만들어 가격을 안정시키고 축산물은 대형 패커를 만들어 축협이 바로 도축ㆍ가공ㆍ포장까지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쌀은 쌀유통회사를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농협 얘기로 넘어갔다. FTA에 따른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가를 지원, 육성하려면 농협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 정말 변해야 한다…농민 위한 농협으로 태어나야
서 장관은 작심한 듯 말을 시작했다. 농협이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농협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정권 들어서 법을 고쳤어요. 50년 만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이 부분은 정말 큰 성과입니다. 전 정권에서도 농협이라는 조직을 못 움직였습니다. 경제사업 잘하라고 정부가 5조원을 줍니다. 정부가 해줬으니 이제는 농협이 책임지고 움직일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 장관은 농협이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은 생산하고 농협이 팔아주는 형태로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을 뭐 하러 하겠습니까. 정부가 5조원을 대줄 이유가 없습니다. 일본 니가타현에 갔더니 농민이 하우스에서 오이를 재배해 따놓으면 농협 차량이 싹 담아갑니다. 농협이 다 팔아서 농민 통장에 돈을 넣어줍니다. 그게 농협이 할 일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해요."
3월2일 출발하는 농협 인사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맡겼다고 했다. 출범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그와 인터뷰할 당시에는 농협 금융지주회장 인사가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 장관은 낙하산 인사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사에 대해서는 회장이 하되 개혁적으로 농협을 좋아하는 사람을 하라고 했어요. 회장한테 누구 해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내부든 외부든 능력 있고 개혁적인 사람을 뽑으라고 했습니다. 조직이나 예산 문제는 거의 합의됐어요. 지주사에 출자하는 대상 주식도 거의 합의된 것으로 압니다. 한국도로공사 주식도 일부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3월2일 출범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겁니다."
농협 변하면 농업 선진화 가능…농업 젊은 인재 육성할 것
서 장관은 농협이 변하면 우리나라 농업의 선진화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농가 소득이 안정되고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면 선진산업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농업 선진화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우리나라는 영세농업입니다. 호당 경지규모가 1.46㏊예요. 4,500평이 안 됩니다. 보리ㆍ옥수수ㆍ밀 등은 미국 같은 나라와 경쟁할 수 없지요. 결국 자본이나 기술집약적 농업을 해야 해요. 화훼ㆍ과수ㆍ축산 등을 해야지요. 이를 위해 시설현대화 자금 예산을 지난해 2,450억원에서 올해 7,000억원으로 3배 정도 늘렸어요. 젊은 농업인들을 위해서는 1% 저리로 자금을 빌려줄 겁니다."
아울러 그는 단순히 농사만 지을 게 아니라 의약ㆍ가공ㆍ관광까지 더해야 한다고 했다. 재배상품을 가지고 약을 만들고 식품으로 만들어 팔고 관광상품을 결합하면 우리 농가의 소득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젊은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생각도 전했다. 서 장관은 "영농후계자를 1년에 2,500명씩 육성하고 있고 농수산대의 경우 학비를 면제해준다"며 "최근에는 광진농고를 마이스터고로 바꾸는 등 젊은 농업인 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농가의 고질적 문제인 농가부채에 대해서도 대안을 내놓았다. 서 장관은 "농가부채는 재해 때문인데 지난해 재해보험 항목을 51개에서 61개로 늘렸다"며 "농기계 구입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트랙터와 콤바인 등을 빌려주는 농기계은행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부채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 장관은 한식 세계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국 음식을 해외에 파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와 전통을 수출하는 일이라는 것. 서 장관은 "최근 스페인에서 개최된 마드리드 퓨전 행사에서 한국 음식이 히트를 했다"며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5~6년 안에 한식을 세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관직 마치면 고향서 농사 지을 것" ■ 서 장관은 서규용 장관의 별명은 '미스터(MR) 귀농귀촌'이다. 귀농귀촌의 중요성을 날마다 얘기하고 다녀서인데 누구를 만나든 귀농귀촌의 장점을 설명한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대표 브랜드가 귀농귀촌일 정도다. 서 장관이 생각하는 귀농귀촌의 좋은 점은 도시에 살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편안한 전원생활을 제공하고 농어촌에는 도시민의 경험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라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에게도 귀농귀촌은 은퇴 후 대안이 될 수 있다. 서 장관은 귀농귀촌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오는 3월까지 귀농귀촌 관련자료를 통합 연계하는 포털사이트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세제지원, 원스톱 지원센터, 귀농귀촌 교육을 더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귀농귀촌에는 서 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장관직을 그만두면 낙향할 계획이다. 서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장관직을 마치면 농촌으로 돌아가 농사 지으면서 봉사할 것"이라며 "두고 보면 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 장관에게 농촌은 가까운 곳이다. 어렸을 때는 고향에서 직접 농사를 도왔다. 차관직을 그만둔 뒤인 지난 2008년에도 충북농업연구원 원장을 무보수로 맡았다. 농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서 장관은 현장을 잘 안다. 취임 후 주말이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각종 용어부터 수매구조ㆍ작황 등을 훤히 알고 있다. 농업에 관한 각종 통계도 줄줄이 꿰고 있어 '디테일 장관'이라는 말을 듣는다. 다른 부처 같았으면 실무자들만 알고 있을 내용도 직접 일일이 챙기는 것이다. 장관이 현장을 워낙 잘 알고 있어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들도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업무에 관한 한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밀어붙이는 힘도 강하다. 배추 계약재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단위농협 조합장에게 "정부가 농협을 지원하는데 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느냐"며 현장에서 호통을 칠 정도다. 그는 2000년에는 66년 만에 발생한 구제역을 초동 진화하는 데 성공했고 농협과 축협 등의 중앙회 통합도 큰 무리 없이 이끌어냈다. 2002년 한중 마늘분쟁 때는 본인이 책임질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자청해서 물러나기도 했다. ◇약력 ▦1948년 충북 청주 ▦1966년 청주고 졸업 ▦1973년 고려대 농학과 졸업 ▦1972년 제8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1985년 농수산부 채소과장 ▦1990년 농림수산부 농산과장 ▦1996년 농림수산부 농산정책심의관 ▦1999년 농림부 차관보 ▦2001년 농촌진흥청장 ▦2002년 농림부 차관 ▦2006년 한국농어민신문사 대표이사 ▦2008년 충북농업연구원장 ▦2011~ 제60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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