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악화에 직면하면서 금융권 단기차입금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컴퓨터시스템 구축업체인 씨그널정보통신은 지난 1일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80억원을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씨그널정보통신의 단기차입금은 이로써 135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 11월 씨그널정보통신의 단기차입금은 27억원에 불과했지만 1년새 5배나 증가하게 됐다. 씨그널정보통신 관계자는 “현재 급전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고 예비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차입한 것”이라며 “단기차입금이 늘어나긴 했으나 이 정도 규모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선박부품제조업체 오리엔탈정공도 최근 자기자본(225억원)의 35%에 해당하는 80억원의 단기자금을 은행에서 빌렸다. 지난 9월 대규모 손상차손으로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되면서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금융권 차입까지 시행한 것이다.
또 반도체장비업체 모린스 역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상환하기 위해 자기자본의 25%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최근 금융권에서 차입했고, 자동차부품업체 한일단조공업은 부채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쓰기 위해 150억원을 대출 받았다. 쌍용건설 역시 운영자금으로 쓰기 위해 1,300억원을 차입해 단기차입금이 기존 4,027억원에서 5,327억원까지 늘어났다.
코스닥 기업들의 금융권 단기차입이 줄을 잇는 이유는 경기침체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 코스닥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현금흐름이 나빠졌다”며 “채무상환과 운영자금 활용을 위해 금융권을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차입이 증가하면서 재무구조 악화의 위험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단기차입금은 1년 이내에 변제해야 하는 만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비해 부담스러운 채무”라며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재무구조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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