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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특별 인터뷰] <5> 이만섭 전 국회의장

새누리당, 경제 위기에 둔감… 표 얻으려 지나치게 좌클릭…<br>나라에도 선거에도 도움 안돼




이만섭 "부패한 MB정권은 찍혔다" 일갈
[창간기획 특별 인터뷰] 이만섭 전 국회의장새누리당, 경제 위기에 둔감… 표 얻으려 지나치게 좌클릭…나라에도 선거에도 도움 안돼

대담=온종훈 정치부장 jhohn@sed.co.kr
정리=손철기자 runiron@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s020792@sed.co.kr































인기 있다고 대통령 출마 곤란… 안철수 젊은이 멘토로 남길정부 새로운 일 하지 말고 민생경제 챙기는 데 전념을차기 대통령 중요한 덕목은 도덕·소통의 리더십·외교력

한국 정계의 거목인 이만섭(80ㆍ사진) 전 국회의장의 음성에는 날카로운 비판과 냉엄한 현실인식이 함께 담겨 있었다. 정계를 은퇴했지만 팔순 노정객의 눈은 정치 상황을 촘촘히 꿰뚫었다. 정치에 국민은 없고 정치인과 당리당략만 있는 한심한 상황을 그는 좌시하지 않았다.

이 전 의장은 6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2주년을 기념한 특별 인터뷰에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와 유력 대선 주자들을 향해 죽비로 내려치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을 향해 "표를 얻으려고 지나치게 좌클릭하고 있다. 야당보다 한술 더 뜨는데 나라는 물론이고 대선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는 "빌 게이츠(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인기가 좀 있다고 대통령에 나오느냐"며 "젊은이의 우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피력했다. 그는 안 원장과 야권후보 단일화에 목을 매고 있는 제1 야당 민주통합당을 겨냥해 "당의 대선 후보들을 2군 선수로 만들어버렸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공화당 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이 전 의장은 최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5ㆍ16 인식을 의식한 듯 "5∙16은 구국의 혁명이 될 수 있었지만 유신 때문에 쿠데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해 "새로운 일을 하지 말고 조용하게 민생경제를 챙기는 데 전념하라"고 조언했다.

서울경제신문 본사 11층 사무실에서 90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이 전 의장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나라와 국민에 대한 걱정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인터뷰 첫 일성도 "나라가 굉장히 걱정스럽다"로 시작했다. 이 전 의장은 "18대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져 19대는 달라지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19대는 식물국회 혹은 방탄국회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과 대선으로 국회가 민생현안이나 법안 처리는 팽개친 채 최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나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격하게 대립한 것처럼 비슷한 사례들이 빈발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는 "여야가 자기 당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 의장은 특히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표를 많이 얻을까' 궁리만 하고 있다. 소위 '표퓰리즘'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통령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국민이 더 잘 살고 나라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들에게 "복지 경쟁을 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그는 "무상보육, 무상교육, 사병 월급 인상 등은 다 복지 경쟁인데 이는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달콤한 속삭임"이라며 유권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의장은 "일본 집권 민주당이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도 재원대책 없이 복지 공약을 남발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최근 화두 중 하나인 '복지 확대'를 8선 의원 출신의 정치인이 경계하라고 후배들에게 요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불청객처럼 한국을 찾는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베테랑 정치인은 최근 15년 동안 5년 주기로 봐왔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와 공기업 부채가 80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부채는 900조원을 넘어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대란 같은 위기가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 전 의장은 또 "유럽 국가들의 재정파탄은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탈리아ㆍ스페인 등보다 한국이 나을 게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경제위기에 둔감한 정치권의 문제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더 무겁게 책임을 물었다. 이 전 의장은 "유럽 위기와 1,000조원의 가계부채로 수출은 줄어들고 경기는 위축되는데 새누리당이 '감(感)'도 없이 퍼주는 복지를 내놓고 증세에 나서고 있다"며 "재벌을 제외하면 서민뿐 아니라 부자도 고통 받고 있는데 증세를 자꾸 하면 돈 있는 사람마저 안 쓰니 내수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를 얻기 위해 새누리당이 야당보다 한술 더 뜨며 지나치게 좌클릭하는데 나라에도, 선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 전 의장은 "지금 상황에서 복지는 정부가 기구를 축소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범위 내에서 늘려야 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여당과 함께 정부를 향해서도 그는 "새로운 일을 하지 말고 조용히 민생경제를 챙기는 데 주력하라" 고 조언했다. 그는 "중요한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기고 임기 말까지 권한행사를 하겠다는 오기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의장은 "조용히 일하라"는 말끝에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부패한 정권으로 찍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회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지. 민생이나 경제를 챙긴다고 이것을 홍보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했는데 대통령 가족에, 최측근까지 부정부패에 연루돼 역대 정권 중 가장 (부패가) 심하다"며 "도덕적으로 가장 썩은 정권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현실을 정작 대통령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인지 이 전 의장은 차기 대통령의 자격 중 첫 번째로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양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장은 "대통령이 되려면 가족이나 측근이 부패에 연루되지 않도록 엄격히 다스리고 제도적으로 배격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복안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자격도 능력보다는 품성으로 '정직함'을 제시했다. 국민 앞에 위선이 아닌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설 것을 대선 후보들에게 주문했다. 다음으로는 소통의 리더십을 꼽았다. 이 전 의장은 "정치∙경제∙사회의 선진화와 평화적 통일을 앞당기려면 국민의 통합된 힘이 절실하다"며 "진실로 국민과 잘 통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후 2년간 한반도 정세가 미묘하면서도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며 "고도의 외교적 능력을 갖춘 후보, 또는 그런 인재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지도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차기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일꾼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전 의장은 대선 출마를 놓고 장고 중인 안 원장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전 의장은 "젊은이의 멘토ㆍ우상으로 남았으면 했는데 요즘 보니 출마할 것 같다"며 "안 원장이 머리가 좋은데 민주당에는 안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가면 인기가 도로 내려가지 않겠느냐"며 "경선 날짜도 따지고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는지도 살피며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장은 "정치는 낙선도 해보고 국회의원도 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경륜을 쌓게 되는데 현실정치에 대한 반사적 인기만 가지고 국가경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며 "안 원장이 (정치참여를) 신중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이 빌 게이츠를 만났던데 게이츠도 인기가 많지만 대통령에 출마하느냐"고 반문해 사실상 안 원장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안 원장을 고리로 이 전 의장은 민주당에도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그는 "제1야당ㆍ수권정당이라는 민주당이 안 원장 얘기만 하며 후보 단일화에 열을 올리는데 그럼 지금 하는 경선은 2군 경기고 후보들은 2군 선수냐"며 "부끄럽게 생각하고 민주당 후보를 당당히 뽑고 정책을 내걸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을 향해 '과거 청산'이라는 뼈 있는 충고들도 이어졌다. 이 전 의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의 공이 분명하고 한국을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바꾸는 기초를 닦았다"며 "하지만 3선 개헌, 특히 유신을 하지 않았다면 5∙16은 박 전 위원장의 말대로 구국의 혁명이 될 수 있었겠지만 결국 독재와 민주 인사 탄압으로 이어져 쿠데타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산업화 세력이 민주화 세력의 희생과 고통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이제는 손을 잡아야 한다"고 촉구하며 "민주진영도 공은 공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진 새누리당 '공천 헌금' 사태에 대해 이 전 의장은 "선거에 돈이 오가는 일은 철두철미하게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확실한 증거가 있으니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최대한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로 해결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나는 꼼수다' 패널인 김용민 후보 문제를 미적거리다 4월 총선에서 타격을 입은 것 이상으로 대선에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박 전 위원장이 밝혔듯 원칙과 신의를 지키려는 일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약력
▦1932년 대구 ▦195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58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963년 민주공화당 전국구 국회의원(6대) ▦1967년 7대 국회의원 당선(대구 중구) ▦1979년 제10대 국회의원 ▦1985년 한국국민당 총재 ▦1993년 14대 국회의장 ▦1996년 15대 국회의원 ▦1997년 국민신당 총재 ▦2000년 16대 국회의장 ▦2004년 총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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