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과 내수경기를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산업생산지표가 지난달 3년2개월 만에 8%대로 떨어지는 등 중국경제의 하강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3개월째 둔화하며 전년동월 대비 8.9%에 그쳤다고 밝혔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9%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5월의 8.9%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13~14%대를 보이던 산업생산은 올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며 4월 9%대로 내려앉았다.
수출과 함께 중국 성장을 견인해왔던 투자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동시에 발표된 1~8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월 누계치인 20.4%에서 20.2%로 하락했고, 특히 민간고정자산 투자는 25.5%에서 25.1%로 떨어졌다. 정부의 지속되는 부동산시장 규제로 투자수요가 줄면서 굴삭기 등 중장비 업체들은 전년과 달리 주문이 뚝 끊겨 공장 휴업상태에 들어가거나 단축조업을 하는 상황이다.
앞서 발표됐던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9.2로 7월(50.1)보다 0.9포인트나 낮아지며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제조업 체감경기 또한 갈수록 악화하는 실정이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음을 뜻하고 50 아래이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에서 수출부진으로 중국경제가 "심각한 경기하강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9월 이후에도 주요 지표들이 하락행진을 보이며 3ㆍ4분기가 중국의 경기바닥이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4ㆍ4분기에도 하락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월 2ㆍ4분기 성장률이 7.6%로 발표될 때만 해도 정부의 통화완화 정책과 인프라 투자 확대, 소비촉진 정책 등에 힘입어 3ㆍ4분기에는 경기가 호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이제는 3ㆍ4분기가 경기저점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의 에너지절약형 가전 및 자동차에 대한 구매보조금 지원 등 소비촉진책의 영향으로 이날 발표된 8월 소매판매는 전월의 13.1%에서 13.2%로 소폭 상승했지만 수출ㆍ투자ㆍ생산 등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하강 국면을 보여 소비확대가 추세로 자리 잡을지도 미지수다.
UBS증권은 최근 3ㆍ4분기 성장률이 7.3%를 기록하며 7분기 연속 중국경제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경기하락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중국 당국은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과 함께 투자확대 등 재정부양책의 강도도 한층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곡물 가격 상승과 중국 폭우에 따른 채소류 가격 상승의 여파 등으로 전년동기 대비 2.0%를 기록해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생산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3.5% 떨어져 향후 물가상승 압박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당장 9월 시중대출 확대를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으며 그동안 미뤄온 도로ㆍ철도ㆍ교량 등 인프라 투자를 조기 승인해 하락 조짐을 보이는 투자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이날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앞서 5~6일 이틀에 걸쳐 주요 도시의 25개 신규 지하철 건설 등 1조위안(180조원)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승인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