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침몰 371일 만에 선체 인양을 공식 발표하고 오는 9월 중에 인양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세월호는 내년 9~10월께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7개 부처로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세월호 선체 인양 결정안을 심의,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선체 인양작업은 1년에서 1년 6개월가량 소요된다. 인양비용은 1,000억~1,500억원이 투입되고 작업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2,000억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선체 인양 관련 업무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선체 인양 전담 부서를 부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조만간 인양업체 선정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세월호는 무게가 6,835톤에 달하고 수심이 44m에 조류가 거센 바다 밑에 왼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지난해 정부가 인양작업을 잠시 추진했을 때 국내 2개사와 해외 5개사가 입찰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경우 대형선박 인양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해외업체와의 컨소시엄을 이룰 가능성도 있다.
인양업체는 3개월간 세부 인양설계와 준비작업을 병행해 9월 중에 해상작업에 돌입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환경 및 어업인 보호를 위해 세월호 연료탱크 주변에 구멍을 뚫어 남아 있는 기름을 회수하는 일이다.
이어 선체 앞뒤에 뚫려 있는 4개의 구멍에 굵은 체인을 연결하고 선체 벽면에는 지름 20㎝ 정도의 구멍을 뚫어 쇠줄(와이어) 89개를 연결한다. 이후에는 곧바로 물 밖으로 들어 올리는 안과 플로팅 도크를 활용하는 방안 등 두 가지 안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플로팅 도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8,000~1만톤급의 대형 크레인 2대로 세월호를 3m 정도 살짝 들어 올린 후 수심 30m 지점의 동거차도 앞으로 약 2.5㎞ 정도 끌고 간다. 그런 다음 대기 중인 깊이 22m짜리 항만공사용 플로팅 도크에 넣는다. 플로팅 도크의 평형수를 빼면 공기가 유입돼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후 선내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고 예인선으로 인근의 목포조선소 등지로 옮겨 사고원인 정밀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세월호를 어디에 최종적으로 영구 보존할지는 정부가 향후 유가족 등과 협의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인양 기술검토TF 팀장인 이규열 서울대 명예교수(공학박사)는 "세월호의 경우 출항 당시 무게중심이 선미로부터 60.35m였으나 화물위치 이동 등으로 지금은 54.96~58.34m까지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돼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점이 중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인양컨설팅 업체인 TMC의 스티븐 티어리 매니저는 이날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으로 볼 때 인양 성공 가능성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1000억~1,500억원으로 예상되는 인양 비용 가운데 절반은 잠수부 인건비에 투입되고 30%는 크레인 이용료(30%)에 지출된다. 인양에 필요한 잠수부도 100~150명에 달하고 대형 크레인 2대의 경우 하루 임대료만도 무려 1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인양비용을 우선 정부예산으로 투입하고 향후 세월호의 선주인 청해진해운이 든 보험사인 PNI 측에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 기간을 짧게는 1년, 길게는 1년 6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풍랑·태풍 등의 날씨와 거센 물살, 0.2~1.0m에 불과한 수중 시계, 돌발상황 등까지 고려하면 인양은 예상보다 힘든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인용 중대본 본부장(국민안전처 장관)은 "맹골수도처럼 조류가 강한 여건에서 세월호 규모의 대형선박을 수중에서 통째로 인양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며 "실종자 유실방지와 선체 손상을 최소화해 인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공식 발표하자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우리 가족들은 정부 태도에 실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이라도 인양을 발표해 기쁘다"며 "정부는 앞으로 가족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인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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