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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12일 담뱃세를 80%가량 인상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기로 한 가운데 주민세와 카지노 레저세, 부동산펀드와 호텔에 부과된 지방세 감면 중단 등도 추진돼 지방세를 중심으로 증세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는 물론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공언한 "증세는 없다"는 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는 세수는 펑크나는데 재정규모는 확대돼 재정적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서 세입을 늘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분석된다. 특히 일련의 증세 움직임은 기초연금과 영유아 무상보육 등으로 재정에 주름살이 드리워진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정 박 대통령의 "증세 불가" 기조에서 "증세 불가피"로 선회=당정이 증세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낸 것은 박 대통령이 강조한 '증세 이전 지하자금 양성화와 재정지출 효율화'만으로는 더 이상 재정적자를 감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당초 목표했던 세수에서 10조여원을 걷지 못한 데 이어 올해도 8조5,000억원가량 징수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내년 지출예산을 올해보다 5.7% 늘려 373조~374조원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올해보다 20조원가량 늘리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5.7% 규모로 정했다"면서 "당초보다 8조원 증가돼 내년도 규모를 약 20조원으로 잡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지난해 총지출 증가율(4.0%)과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2013~2017년)에서 제시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3.5%)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에서 올해 50%로 악화됐다. 앞으로 4년간 감내해야 할 복지비 증가액이 5조7,000억원에 달해 재정자립도가 40%대 후반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당정 지방세 위주 세수 확대 본격 나서=우선 정부안대로라면 담뱃값이 2,000원 뛰어 4,500원이 될 경우 2조8,000억~3조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현재 부담금을 포함해 담뱃값의 62% 선인 담뱃세 중 건강증진부담금과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절반 가까이가 지방세라는 점에서 지방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담뱃세 인상뿐만 아니라 정부는 12일 주민세를 인상하고 카지노에 레저세를 부과하며 지방세 감면혜택을 정비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안대로라면 현재 평균 4,620원인 주민세는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으로 올라 지난해 3,175억원이던 주민세 징수액이 두 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카지노에도 레저세 10%가 부과돼 카지노가 있는 서울과 인천, 강원도, 부산, 제주도 재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펀드와 호텔 등에 적용됐던 지방세 감면 혜택도 올해 시효가 만료된 후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주민세 인상안이 논란 대상=새누리당은 카지노 레저세 부과와 시효 만료 지방세 감면혜택 중단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나 주민세와 담뱃세 인상에 대해서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세에 대해 관련 상임위인 국회 안전행정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주민세 인상은 부담은 되지만 불가피하게 인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힌 반면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인 강석훈 의원은 "좀 부담스럽다"며 미온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다음주부터 안행위를 중심으로 정책위 차원에서 주민세 인상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때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정청이 지난달 19일 만났을 때 당초 다루기로 했던 지방세 확충방안을 논의하지 못했던 것은 이런 당의 기류 때문이었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담뱃세와 지방세 개편에 대해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고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국회에서 여야정 간 세법을 심의할 때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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