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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35% 하루새 현금 고갈… 인터넷뱅킹 중단도

■ 그리스 디폴트 임박

뱅크런 확산

지난 27일(현지시간) 새벽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갑작스러운 국민투표 계획 발표에 지금까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그리스인들이 앞다퉈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몰려들었다. 지난 수 주 사이 확산돼온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에 불이 붙으면서 그리스 곳곳의 ATM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현금이 바닥나기 시작했으며 돈을 찾기 위해 길게 늘어섰던 시민들은 절망감을 토로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그리스 전역에 비치된 약 5,500대의 ATM 가운데 35%에 해당하는 2,000개 안팎에서 현금이 바닥났다고 전했다. 그리스 4대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하루 동안 은행 시스템에서 빠져나간 예금이 6억달러에 달한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통상 하루 인출액이 600~1,000유로 수준으로 제한되는 ATM에서만 벌어진 예금 인출 규모임을 감안할 때 그리스 은행들이 직면한 뱅크런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주말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촉발한 것은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치프라스 총리의 발표였다. 30일 이후 구제금융 지원이 중단되면서 조만간 자본 통제 조치에 이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에 주말 새벽부터 ATM에는 수십명의 고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한 시민은 "지금이 돈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월요일에는 은행들이 문을 닫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리스 2위 은행인 알파은행은 전날 밤부터 인터넷뱅킹을 중단했으며 통상 토요일 영업을 하던 시내 일부 지점에는 이날 휴점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테네 중심가에 위치한 피레우스 은행 지점 앞에서는 영업시간 이전부터 100명가량이 돈을 찾기 위해 몰려들었으나 이날 휴점한다는 소식에 한 여성이 정신을 잃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전략가는 "그리스 의회는 중앙은행이나 재무부의 자본 이동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며 "실현 여부는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릴 결정과 예금자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중앙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기업과 가계의 은행 예금잔액은 1,299억유로로 전월의 1,337억유로보다 3%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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