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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살기도 오가기도 힘든 세종시


정부 세종청사 출근을 위해 서울에서 KTX를 타고 오송역에서 내리는 공무원들은 요즘 아침마다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 안에서 전쟁을 치른다.

지난해 말부터 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고용노동부·문화체육관광부·국가보훈처 등 정부부처 2차 이전으로 오송역과 청사를 오가는 버스 이용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통근버스 차량 배차시간을 단축했지만 갑자기 늘어난 이용객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출퇴근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사정상 이사가 어려워 날마다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쪽잠을 자다 보니 피로 누적은 물론 우울증세까지 보이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출근 이후에도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승용차가 없으면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청사 내부에는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대전 일대 지역을 오고 가며 허비하는 시간 때문에 점심에만 1시간30여분이 소요되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렇다고 선뜻 세종시로 주거지를 옮기지도 못한다. 턱없이 부족한 기반시설 탓이다.



세종시에는 이렇다 할 대규모 할인마트 하나 없다. 지난해 말에야 첫마을 인근에서 이마트가 착공에 들어갔을 뿐이다. 완공되기 전까지 이전 공무원 가족이 장을 보려면 차를 몰고 멀리 대전시내까지 나가야 한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이상 연령의 자녀를 둔 공무원들은 나홀로족으로 내려와 원룸 등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 부처의 과장은 "한참 민감한 시기의 자녀를 세종시로 데리고 내려오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여기에 세종시 이전부처에서 외국어 능통자, 회계사, 정보기술(IT) 등의 특수 인력을 채용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어서 재공고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반시설이 갖춰져 안정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세종시에 직접 와서 열악한 상황을 눈으로 보고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변한 게 없다"며 "공무원들은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길 위에 모든 행정력을 소비하고 있다"는 한 공무원의 읍소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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