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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 군수업체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가족 등에게 일본 기업이 8,000만~1억원을 배상하라는 국내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홍동기 부장판사)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유가족 등 31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8,000만~1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일제강점기 일본국 정부의 침략전쟁 수행을 위한 강제적인 인력동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편승해 상급학교로의 진학과 충분한 임금 등의 제공을 보장한다는 거짓말로 12~18세에 불과했던 어린 여학생들을 속여 근로정신대에 지원하도록 하거나 강제로 연행했다”며 “피해자들을 피고의 군수공장의 노무자로 배치해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게 한 것은 당시 일본국 정부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나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명백하며 피고는 금원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들의 청구를 막을 사유가 없다”며 “근로환경과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점, 사회경제적 어려움, 70년 넘는 기간 동안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공업용 재료 등을 생산하던 군수회사로 원고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약 1년간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제대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노동자로 근무했다. 이들은 지난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소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2011년 일본 최고재판소도 상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피해자들이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에서 우리 대법원이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후지코시 피해자들은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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