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경이 만난 사람]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분양가 상한제 폐지하고 강남 LTV·DTI 더 풀어야



야 요구라도 사실 근거한다면 4대강 사업 특검 등 수용할 수도
경선룰, 최고위원회 등서 결정… 후보들이 협상할 일 아니다
원내대표 첫 소임은 당내 화합… 모든 에너지 대선에 올인할 것
安원장 정치와 안 어울리지만 그래도 한다면 우리와 손잡아야


이한구(67ㆍ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부동산시장이 과열됐을 때 응급조치로 한 정책은 투기가 재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거하는 것이 정상화"라면서 "그런 정책 가운데 남아 있는 분양가상한제를 정상화(폐지)해야 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서울 강남에 엄격하게 돼 있는 지역별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10일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를 통해 LTV와 DTI를 40%에서 50%로 10%포인트 완화했지만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60%인 차별을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다만 "LTV와 DTI는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금융정책이기 때문에 그 쪽(금융당국)에서 풀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전제했다.

야당이 예고한 4대강 사업 청문회에 대해 그는 "야당의 요구라 하더라도 사실에 근거한다면 4대강 사업의 잘못을 추적하는 게 국회의 임무"라면서 "여당이라고 해서 (야당을) 방해할 수 없고 적절한 형식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20일 국정조사나 청문회보다는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서기는 했다)

여권 내 비박계 대선 주자가 요구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관해서는 "현재 경선 룰이 50% 국민경선이어서 국민의 뜻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며 "경선 룰은 최고위원회의 등 당에서 결정할 일이지 경선 후보가 협상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중진 경제통 의원에서 대선을 앞둔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됐지만 이 원내대표의 언행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자기 소신과 다르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여권이든 야권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 지점을 명확하게 짚어냈다. 친박근혜계 핵심 4선 의원이지만 꼿꼿한 성격 때문에 그는 정치권에 흔한 '마당발'은 아니다. 친박계가 절대다수인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빙으로 이긴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경제정책이든 정치적 선택이든 이해관계보다는 원칙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이 원내대표가 계파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 스스로도 원내대표의 첫번째 소임을 당내 화합이라고 꼽았다. 그는 "친박이나 비박이라는 말을 회상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당내를 단합해 그 에너지를 대선에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시절, 각종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친이ㆍ친박 간 다툼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수긍하면서도 "MB가 너무 독주한 경향이 있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원내대표의 권한 중 하나인 당직과 국회직 인선에 계파안배를 안 할 방침이다. "원내지도부나 정책위의장단,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최대한 전문성 위주로 뽑겠습니다. 의원 본인이 전문성이 없으면 행정부의 도움을 얻어도 야당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우리 당은 적재적소에 사람을 활용하지 않고 안배에 치중하다 당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지역 조화는 이뤄야 하지만 나머지는 본인의 의욕과 능력을 보겠습니다."

하지만 계파의 추는 친박계로 넘어간 불균형 상태다. 그가 선출되고 엿새 만에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친박 성향인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나머지 4명 중 3명이 친박계가 휩쓸었다. 친박계 의원이 대거 당선한 데 이어 '투톱 체제'인 당 지도부까지 친박계가 장악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 비박계는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당장 경선 룰에 대해 비박계는 현행대로 가야 한다는 친박계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비박계는 완전국민경선을 도입하고 오는 8월21일로 기한이 정해진 경선 시기도 더 늦춰달라고 요구한다. 현 상황을 조용히 12월까지 끌고 가려는 친박계와 조금이라도 뒤집을 기회를 잡으려는 비박계의 대립이다.

물론 이 원내대표는 단칼에 거부했다. "경선 룰을 정했으면 그대로 가는 게 맞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꾸 바꾸자고 하려면 애초에 왜 정합니까. 사람에 맞춰서 룰을 자꾸 바꾸려 하지 말아야 국민이 우리 당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선수가 직접 경기규칙을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인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마찬가지 논리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ㆍ박근혜ㆍ손학규 세 대선 주자의 대리인이 직접 대선 경선 룰을 협상했다. 그러나 2012년 현재 이 원내대표는 대선 주자 간 경선 룰 협상에 반대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고 필요하면 의원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것이다. 나는 경선 룰 변경에 반대하고 다른 최고위원도 대부분 반대인 것 같아서 현행 룰이 그대로 가리라고 예상한다"고 못박았다.

이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대구 수성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전에는 안 내려간다"고 말할 정도로 단단히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박 전 위원장의 강력한 맞수 중 한 명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연거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왜 안 원장이 구태여 야당을 제치고 '박근혜'라는 유력한 주자가 있는 새누리당에 들어와야 하는 것일까.

"안 교수(그는 안 원장에서 안 교수로 호칭을 정정했다)가 판단해야죠. 안 교수 같은 전문가는 정치권에 얼쩡거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런 사람은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그쪽 길을 가는 게 본인한테도 그렇고 나라한테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이런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으니 지지해주시오'라고 나서야 합니다. 그럴 때 어떤 편과 손을 잡을 건지는 본인이 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제일 잘 알 테니까요. 그런데 이제까지 안 교수가 드러난 걸로 봐서 그 사람이 급진좌파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으로 갈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이쪽에서 우리를 도와주면 훨씬 더 본인의 뜻을 잘 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여권의 추진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 초 여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대운하 사업을 안 한다고 못박았었다. 이후 실제 대운하 사업은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됐고 이 원내대표는 이재오 의원 등 현 정부의 실세와 고성이 오갈 정도로 다퉜다.



지금도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임기 말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이지 않느냐고 운을 띄우자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놓은 일이 별로 없으니까"라며 쓴 농담으로 답했다.

"MB 정부가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못 냈다는 데 동감합니다. 어렵게 지내는 중산층 이하 계층 문제를 방치한 인상을 준 것은 참으로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여기에 집중해 문제를 풀면 아마 내년쯤 MB 정부는 (긍정적으로) 재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나마 정부가 중산층 이하 계층을 살리기 위해 노력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은 여당이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불거지고 있는 현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명백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엄단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과제는 없는 걸까. 그는 해답을 새누리당에서 찾았다. "박 전 위원장이 국민에게 신뢰를 많이 얻은 것 같은데 이를 우리 당이 확실히 뒷받침해주는 게 과제입니다. 박 전 위원장이 약속한 것은 당 비대위원장으로서 한 당의 약속입니다. '박근혜가 비대위 때 한 약속은 확실하게 이행한다'는 인식을 국민에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플러스 알파죠."




이론·실물분야 해박한 지식… '근혜 경제교사' 별명엔 부담… 원칙 앞에선 양보 없는 대쪽

■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근혜 경제교사'라는 별명, 유치하지 않아요? 뭘 그런 걸 물어봅니까."(웃음)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일명 '박근혜 경제교사'로 불린다.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지난 2000년 정치권에 입문했던 그는 18대 국회부터 본격적으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경제정책을 논의해왔다. '박근혜 싱크탱크'가운데 외부에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에서 그는 박 전 위원장을 제외하고 유일한 현역 의원이다.

경제 이론과 실물에 해박한 지식을 선생님처럼 설명하는 습관 역시 '교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하지만 정작 이 원내대표는 이 같은 별명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부담스러운데다 자칫 박 전 위원장이나 다른 친박계 인사들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박 전 위원장을 박근혜 의원이라고 의식적으로 고쳐 부르고는 했다. 자신과 박 전 위원장을 수평적인 관계로 여겨야 한다고 느끼는 듯했다. 보통은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을 그만둔 박 전 위원장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구 친박계는 '대표님'이라 하고 신 친박계는 '(비대)위원장님'이라고 칭하는 것과 다르다.

이 원내대표는 지역구에서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는 꼿꼿함이 그대로다. 4ㆍ11 총선 유세 당시 일이다. 대구의 대한노인회 수성지부를 찾아 표를 부탁하던 이 원내대표에게 한 70대 노인이 "노인정에 보일러를 때려고 해도 기름 값이 비싸서 못 땐다. 보일러유에 면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표가 급한 상황이지만 이 원내대표는"그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모든 보일러유에 면세를 적용하면 부자도 세금을 면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산층 이하 계층만 따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정책을 짜겠다"고 설득했다.

집안일과 바깥일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도 그의 원칙 가운데 하나다. 그는 아내와 딸들로부터 일절 조언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지역구 행사에도 되도록 가족은 나서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단다. 여권 중진의원의 가족이 괜한 구설에 오르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37년째 지갑을 '바꿀 이유가 없어서'그냥 쓰고 현금영수증을 일일이 챙기는 모습은 정치인의 허례허식보다 경제학자의 실용주의를 느끼게 한다.

다만 그는 생각 자체는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라는 세례명을 지닌 가톨릭 신자이지만 불경을 자주 읽으며 참는 법을 배운다. 무채색 일색인 남성 정치인과 달리 그는 자주ㆍ녹색 등 다양한 색깔의 셔츠나 '골덴'이라고 부르는 코듀로이 재킷 등 캐주얼도 즐긴다. 옷에 따라 생각도 자유롭고 편안하게 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약력

▦1945년 경북 경주 ▦196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제학박사 학위 취득 ▦1969년 행시 7회 ▦1978년 재무부 외화자금ㆍ이재과장 ▦1998년 대우경제연구소 대표이사 사장 ▦2004년ㆍ2007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2008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2000~2012년 16~19대 의원(대구 수성갑)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