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연봉 5,000만원인 회사원 서모씨. 그가 지난 1년간 쓴 돈은 2,000만원이다. 그의 연간 지급수단을 살펴보면 대중교통비 100만원을 포함해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95%(1,900만원)에 달한다. 직불카드는 아예 없고 현금영수증 사용액은 100만원(5%)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20%→15%)은 낮추고 직불카드(30% 유지)와 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20%→30%)을 높임에 따라 서씨는 앞으로 지급수단을 바꾸지 않으면 소득공제혜택이 줄어든다.
그가 현재의 소비 방법을 유지한다면 연간 소득공제금액은 150만원이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금액은 142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공제율이 떨어진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급수단만 바꾸면 '13월의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
서씨가 연간 지출액 2,000만원 중 신용카드 사용액을 공제 문턱에 근접한 1,300만원까지 낮추는 대신 직불카드(300만원)와 현금영수증(300만원)의 사용 비중을 그만큼 높이면 그의 소득공제금액은 217만5,000원까지 불어난다. 새 개정안이 발효되면 지급수단 변경만으로 종전보다 소득공제혜택이 67만5,000원(45%) 증가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의 관계자는 "신용카드보다는 직불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소액결제는 현금영수증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도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눈에 띈다. 재형저축은 정부가 지난 1976년 서민·중산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할 목적으로 도입했다 재원고갈 때문에 1995년 폐지했다. 이번에 신설된 재형저축은 가입자격이 연간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소득액 3,500만원 미만 사업자로 제한됐다. 만기 10년 이상 최장 15년간 이자와 배당소득에 과세하지 않는다. 불입한도는 분기별 300만원이다.
재형저축과 가입자격이 동일한 장기펀드 소득공제도 신설됐다. 만기 10년 이상 최장 10년간 납입액의 40%를 연간 240만원 한도에서 공제해주기 때문에 '재형 펀드'로 불린다.
반면 1994년 도입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일몰이 연장됐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소득공제·비과세는 올해 말로 적용이 끝난다. 이 같은 조치는 2009년 말 가입자까지 올해 말까지만 소득공제혜택을 주기로 했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서민의 재테크 수단으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왔던 장마저축의 비과세 혜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재정부의 관계자는 "비과세와 소득공제 등 이중 혜택을 받고 비용이 아닌 저축액에 소득공제하는 것은 과세원리에도 맞지 않았다"며 "장마저축을 통해 마련한 목돈이 실제 주택마련에 사용됐는지 검증하기도 어려워 주택마련과 무관한 절세상품의 성격이 짙었다"고 말했다.
세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도도 개선됐다. 이 제도는 거주자와 내국법인 보유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연중 최고 10억원을 넘으면 계좌내역을 이듬해 6월 중 신고하는 제도다. 개정안은 탈세 유인을 줄이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신고 대상을 예금·주식계좌에서 채권·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계좌로 확대했다.
즉시연금 등 다양한 조세회피 사례 지적을 받은 장기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보험금-납입보험료) 비과세 제도에 대해서는 납입보험료 또는 수익을 10년 이내에 중도 인출하는 경우 보험 차익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과세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일시에 납입하고 곧바로 매월 연금 형태로 일정 금액을 받는 상품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다. 법적으로 10년 이내 납입보험료를 확정된 기간 연금 형태로 지급 받는 경우에만 보험차익에 과세하는데 즉시연금은 납입보험료를 받는 게 아니라 수익(보험차익 또는 납입금의 이자)을 받기에 비과세돼왔다.
농협ㆍ수협ㆍ신협 등 조합의 출자금 배당소득(1인당 1,000만원 한도) 비과세 적용도 종료된다. 대신 오는 2015년까지 3년간 5%의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예탁금의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현행 규정대로 내년부터 5%, 2014년 이후는 9%의 이율이 부과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