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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진화하는 완구시장

변신로봇도 아빠 눈높이 맞춰… 남녀노소가 즐기는 놀이문화

영화 '명량' 열풍 힘입어 판옥선 만드는 블록 등 인기

로봇 값 내리고 조작도 쉽게 어른들 마음까지 사로잡아



어린 시절에 접하는 장난감이 단순히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로 거듭나고 있다. 장난감 전통강호로 불리는 레고와 변신로봇·바비인형의 틈바구니에서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업그레이드형 완구'가 남녀노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어른들도 즐기는 장난감='명량' 열풍에 힘입어 '장군 이순신 시리즈'를 출시한 국내 완구업체 옥스포드는 블록완구 흥행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거북선·판옥선 등을 조립할 수 있는 블록완구는 '명량' 개봉 전과 비교해 매출이 200% 이상 급증했다.

지난 2004년부터 이순신 시리즈를 제작한 이 회사는 국내 시장을 장악한 레고와 맞서기 위해 광개토대왕·장보고 등 한국 문화를 접목한 완구 개발에 꾸준히 힘써왔다. 업계에서는 "영화 '명량'의 돌풍으로 얻은 반사이익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학부모들이 장난감과 함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더불어 우리 역사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011년 창업한 벤처기업 '바이로봇'은 고가의 무선조종(RC) 비행로봇의 가격대를 낮추고 조작방법을 쉽게 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조종이 어렵고 워낙 비싸다 보니 동호회 등 마니아층에서만 즐기던 비행로봇이 아이와 부모가 함께 갖고 노는 대중적 완구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비행로봇 '드론파이터'는 최근까지 6,000대나 판매됐다. 공동창업자인 홍세화 바이로봇 이사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개발한 비행로봇이 아빠와 아이가 쉽게 갖고 노는 친숙한 완구로 거듭나고 있다"며 "제품에 센서를 부착해 배틀게임 기능을 추가하는 등 기존 완구에서 진화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과거와 달리 설 자리를 잃어가는 봉제인형 시장에서 아이와 어른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인형도 있다. 동물의 실제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 실사인형 브랜드 한사토이를 국내에 론칭한 오우아스는 2010년부터 매년 두 배씩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진짜 동물 같은 인형을 추구하는 이 회사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 잠실 제2롯데월드에 직영점을 연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실시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공개모집에서도 매장을 내고 싶다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10만원대부터, 인테리어용 제품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제품들이 사랑받는 것은 변화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생한 동물의 모습을 구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탑플레이트'로 유명한 완구업체 손오공 또한 최근 미니카와 카드를 결합해 변신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구현해냈다. 기발하고도 정교한 캐릭터 완구가 결합한 복합 콘텐츠인 신제품 '터닝메카드'는 완구와 모바일게임이 연동되는 원소스멀티유즈 제품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눈높이까지 고려할 만큼 진화했다. 26일 사업설명회를 연 손오공은 30분 52부작 장편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남녀 구분 사라진다=29일 찾은 한 대형 장난감 매장에서는 주방놀이 세트를 손에 쥔 남자아이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아들과 함께 매장에 온 최모씨는 "남녀 구분 없이 어린 시절에 즐기던 장난감이 아이가 커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주방놀이를 하는 남자아이는 물론 변신로봇을 갖고 노는 여자아이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완구업계의 남녀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업계도 발 빠르게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완구회사 해즈브로는 남자아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슈팅완구에 여자아이를 위한 요소를 더했다. 3월에 출시된 '너프르벨'은 기존 제품에 색상과 디자인을 새롭게 추가해 남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해즈브로 관계자는 "영화 속 여전사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고 여자아이도 야외에서 활발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니즈가 늘어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남성 캐릭터 위주라는 지적을 받아온 레고는 여성 과학자 캐릭터를 내세운 신제품을 이달 초 선보였다. 레고가 새로 내놓은 세트 이름은 '연구소(Research Institute)'로 고생물학자와 천문학자·화학자 등 여성 과학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각 캐릭터는 화학연구실·망원경·공룡뼈 등 세밀하게 묘사된 그들만의 도구를 가지고 있다. 연구소 세트는 판매 첫날 레고 홈페이지에서 몇 시간 만에 완판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당대의 여성상을 반영해 진화해온 마텔의 바비인형도 올해 출시 55주년을 맞아 직장여성 바비로 재탄생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공개된 직장여성 바비는 정장 원피스 차림에 한쪽 팔에는 검은색 핸드백을 들고 정보기술(IT) 시대에 걸맞게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들어 완벽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반영했다. 직장여성 바비는 현재까지 출시된 150여종의 바비 가운데 사회상을 가장 많이 담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식을 줄 모르는 변신로봇 인기=지난해 국내 시장을 장악해온 블록완구 레고를 제치며 열풍을 일으킨 영실업의 '또봇'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누적 판매량 600만개를 기록하고 있는 또봇은 올해 어린이날 기준(4월~5월6일) 50만개가 판매되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실감했다.

지난해 롯데마트 집계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판매순위 상위 10개 가운데 9개가 레고 제품이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또봇이 1~3위를 석권한 것은 물론 '톱 10'에 6개나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출시한 또봇이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면서 영실업의 매출은 2010년 200억원대에서 지난해에는 761억원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또봇의 성공을 이을 변신로봇 완구 캐릭터 바이클론즈를 공개하며 또봇의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바이클론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변신로봇과의 차별화를 위해 동물형 로봇 4종이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변형돼 휴머노이드 로봇 2개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 영실업 관계자는 "크로스 합체 기능으로 어린이들이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하며 놀 수 있도록 했다"며 "아이들이 실감 나는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꾸준히 발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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