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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오만한 공항


요즘 뉴욕의 존에프케네디(JFK)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땅을 밟은 외국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입국 수속에만 보통 1시간 이상 걸리고 항공편이 몰리는 때라면 입국 심사대에 닿기까지 3시간 정도 줄을 서 있을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앞쪽에 중동에서 날아온 항공편 승객들이라도 있을 땐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JFK의 입국 수속장에는 '웰 컴 투 뉴욕(Welcome to New York)'홍보 영상물이 반복 상영되는데 이를 보고 있노라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보스턴 테러 이후 입국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JFK공항의 늑장 수속 악명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언짢게 하는 일이 또 하나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으로 들어올 때뿐 아니라 출국할 때에도 외국인들은 열 손가락 지문을 찍도록 하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지문을 저장해 불법 체류자나 범법자들이 미국에서 나가면 다른 사람의 여권이나 이름을 도용해 다시 미국 땅을 밟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지문 채취 등 범법자 취급

미국 내 불법체류자는 대략 1,1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이들은 대부분 백인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허드렛일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미 정부도 어느 정도 이를 묵인해왔다. 사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포용과 개방성이 큰 요소를 차지했다. 종교적 자유를 찾아 그리고 경제적 궁핍을 면하기 위해 수많은 이민자들은 미국을 찾았고 미국은 이들을 받아들이고 기회를 줌으로써 경제적 부를 일구는 데 일조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2000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이러한 개방성은 급속히 위축됐다. 밖으로부터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공항 출입국을 까다롭게 하고 불법체류자에 대한 조치도 강화했다. 외국인들이 국가안보의 잠재적 위협요소가 된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나빠지면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졌다. 일자리를 빼앗고 아이들을 많이 낳아 복지혜택을 받는 등 가뜩이나 어려워진 나라살림을 더욱 축낸다는 보수파의 목소리도 거세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규제, 의료보험 개혁과 더불어 이민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불법이민자들에게 합법적으로 일하고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세금을 내게 하고 국경통제 및 불법고용을 차단해 불법체류자를 줄이는 한편, 미국에 필요한 전문기술 인력 등의 이민문호를 넓히자는 것이 골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세무조사 등의 잇따른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이민개혁에서만큼은 또 하나의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이미 '국경보안, 경제 기회 및 이민현대화 법안'이라는 긴 이름에 걸맞게 84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상원안을 상정했다. 하원도 최근 비슷한 내용의 안을 민주ㆍ공화 양당소속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당연히 라틴계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 불법체류자의 80%가 멕시코 등으로부터 건너온 라틴계다.

이민개혁 실행은 개방성 확장 계기

만약, 이민개혁이 보수파 일부의 반대를 극복하고 실행에 옮겨진다면 이는 오바마의 정치적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미국을 번영으로 이끈 개방성과 포용성을 다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개혁과 더불어 차제에 외국인들에게 미국의 오만함을 느끼게 하는 공항 시스템도 확 뜯어고쳐 보면 어떨까. 당장, 거꾸로 가는 지문채취부터. 미국에 입국할 때도 모자라 출국 때까지 지문을 찍으라니, 이건 해도 너무하다. 외국인들이 지난해 미국에서 쓰고 간 돈은 1,700억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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