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2조달러 시대를 앞당기려면 지방자치단체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12일 제35대 한국무역학회장에 취임한 김석철(61·사진) 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취임 일성으로 지자체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양적완화와 엔저 파고를 넘어 4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지만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산업 육성과 무역 경쟁력으로는 2조달러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 신임 회장은 "학회 중심으로 전국 17개 지자체별로 육성사업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추진할 생각"이라며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자체 스스로 사업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서부에 가면 스탠퍼드대 중심의 창업과 연결되는 산업, 라스베이거스 중심의 영화산업 등 지역별 특화된 산업이 경제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지역마다 중복 사업을 펼치는 것은 개선돼야 하며 이것이 곧 지역 맞춤형 무역정책"이라고 말했다.
국제 무역거래 가운데 온라인 거래비중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점도 무역 2조달러 시대의 환경변화다. 김 회장은 "국제 무역거래 질서도 온라인·모바일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며 "온라인 거래의 규제들을 점차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온라인 구매 확산으로 무역의 국경은 사라지고 있다"며 "온라인 거래 규제를 풀어 무역 규모와 경제를 더 키우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 간 중복 투자 및 산업 육성도 따지고 보면 규제에 따른 이해관계로 생긴 불합리"라며 "무역 확대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도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몸담으며 소비자정책연구실장을 지낸 바 있다. 당시 소비자 안전문제 등 소비자 권리에 대한 선도적 연구성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중재학회 회장,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및 조정인 등을 역임했다. 1974년에 창립된 한국무역학회는 국내 무역학계를 대표하는 학회로 무역학의 이론 및 실무에 관한 활발한 연구를 통해 국가의 효과적인 통상정책 마련에 기여해왔다. 김 회장은 내년 1년 동안 학회를 이끌어간다.
김 회장은 "새로운 무역질서에 제대로 대응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각론을 내놓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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