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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과 구조조정/가토 다케히코 자동차평론가(특별기고)

가토 다케히코씨는 오랜기간 일본 닛산자동차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자동차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자동차전문가다. 특히 그는 「한국자동차산업에 관하여」라는 저서(88년)도 갖고 있는 한국전문가다. 그는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참관한뒤 대우 군산공장, 현대 울산공장, 삼성 부산공장을 돌아봤다. 그리고 전문가로서 그의 소견을 본지에 보내왔다. 그 내용에는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도 들어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글을 게재한다.<편집자주>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앞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활력이 있다. 지난해 완성차 2백81만대(KD포함 3백만대) 규모의 생산으로 규모의 이점을 통한 원가경쟁력 향상과 품질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앞으로 확대여지가 있는 국내시장은 한국의 자동차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문제도 안고 있다. 이를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앞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을 좌우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우선 제기할 수 있는 문제점은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면서 공급과잉에 빠져들고 있는 점이 한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은 2010년에 연간 1백50만대의 생산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시나리오는 (1)수출의 대폭적인 확대 (2)구조재편을 통한 생산업체 집약화 (3)남북통일에 의한 시장확대를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3)안은 기업차원의 계획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1)안도 경제마찰이나 수익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2)안인데 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미 삼성에 의한 기아의 매수나 쌍용의 흡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자금력을 내세운, 이른바 완력에 의한 통합이 과연 한국자동차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찾을 수 있는 현대와 기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는 67년 설립이후 연간 1백28만대의 생산(96년)을 달성했다. 현대의 고생은 자동차 회사에 오래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잘 안다. 단순히 자동차 모양을 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있는(품질이나 비용면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상못한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른바 현장적응 과정이 필요하고 현장에 가까운 상황에서 노하우 축적(인간의 피가 통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현대가 한국의 스탠더드라면 기아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표준에 가까운 기업이다. 포드―마츠다와 삼각제휴를 맺고 있지만 산업자본을 중심으로 한 경영노하우와 기술이 축적돼 있고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기아는 오히려 이례적인 기업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기아의 이런 존재와 지금까지 축적한 것을 경시해서는 안된다. 한국은 재벌시스템으로 오늘같은 번영을 구가하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있어 현장에 「피가 통하는 부분」을 잘알지 못하는 그룹경영자의 의향에 따라 흡수나 합병에 의한 집약화가 강행된다면 그것은 60년대 이래 쌓아온 번영의 기초가 되는 축적을 스스로 파괴하는게 될 수 있다. 어느정도 자본의 논리가 통용된다해도 힘이 있는 재벌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여기서 합병이 아닌 제휴를 축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자동차업체의 합병은 단순히 차를 만드는 것만이 아닌 중요한 부분, 즉 기업문화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일본업체들이 엔고로 거품을 걷는 과정에서 국내생산을 축소하면서도 합병으로 집약화를 추진하지 않는 것은 이같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되는 측에서는 물론이고 합병하는 측에서도 상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정확한 산업정책의 출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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