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이나 소매업종에 나타나는 피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주장에서부터 메르스 확산이 통제되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고 4개 분기째 0%대의 저성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어 ‘설상가상’이라는 평도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 메르스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뉴욕 소재 실버크레스트 에셋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초바닉 수석 투자전략가는 CNN방송에서 “메르스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질병을 통제하고 또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 여행이 취소되는 등 초기 여파만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여파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바닉 투자전략가는 정부의 지원책이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사태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어떤 조처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스가 한 달 내에 통제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 달에 소매판매는 10% 줄고 레스토랑 매출은 15% 감소하겠지만, 관광산업은 2개월 동안 (매출이) 20% 떨어질 것이다. 관광객이 돌아오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이 0.5% 감소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5%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메르스 발병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한국 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다. 2분기에서 3분기의 GDP 성장률은 3.0% 빠지고, 연간 GDP는 0.8%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회복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더불어 나왔다.
램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스 사태를 세월호 비극에 비유하면서 “메르스 사태가 잦아들어도 부정적인 뉴스 헤드라인이 계속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소비심리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후 정부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보도가 계속 나온 것이 소비심리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다시 소비심리가 크게 타격을 입으면 회복 모멘텀이 억제되고 경제가 다시 하락 악순환에 진입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크리스탈 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수출이 부진한 때에 메르스가 내수 회복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난 2003년 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완화정책에 나섰다면서 한국은행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미뤄두고 6월에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하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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