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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의심과 증오

鄭泰成(언론인)군주(君主)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백성으로부터 증오를 사는 일이다. 그 백성의 증오는 군주가 까닭없이 백성의 것을 뺏는데서 발생한다. 마키아베리가 한 말이다. 그는 이어 말하기를 사람들은 자기 소위물을 뺏긴일을 영원한 원한으로 삼으며 고금동서를 가릴것 없이 인간들은 자기자신의 소유와 명예를 뺏기지 않는 한 의외로 불만 없이 잘 산다고 했다. 지금의 이 시절은 군주가 백성의 것을 함부로 뺏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뺏기고 가만히 있을 백성도 없다. 애시당초 군주도 백성도 없는 민주의 시대이다. 그러나 함부로 뺏는 군주는 없으나 이 시절에도 내것을 까닭없이 뺏겠다고 생각하는 백성은 의외로 많다. 조세를 에워싼 불평불만, 임금을 놓고 대결하는 노사관계,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마찰, 또 심지어는 고관대작의 부인과 재벌 회장부인 사이의 못 로비 의혹사건 속에도 내것을 부당하게 뺏겼다는 원념(怨念)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옷 로비 의혹사건에는 형사책임의 유무 이전에 저들끼리 잘 먹고 잘 산다는 의심의 눈초리, 그 원천이 남의것을 뺏아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단정이 원초적으로 깔려있다. 아주 점잖게 표현하더라도 한때의 유행어이던 상대적 박탈감이 그 속에 깔려있다.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은 가입자를 국가시책으로서 보호하자는 것이나 이것 역시 기묘하게도 다른 사람아닌 가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납부금이 과중하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기존 가입자들은 자기 몫이 신규가입자에게 뺏긴다고 반발하고 있다. 옛날의 군주는 단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뺏고 뺏기는 관계가 단순 명쾌했다. 그러나 이 시절에 이르러 뺏고 뺏기는 관계는 참으로 복잡해지고 말았다. 적어도 뺏기고 있다고 한을 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내것을 뺏는 소(小)군주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래서 그 한이 온 사회에 충만해있다. 정당한 것도 있고 오해에 기인한 불만도 있다. 더러는 이기주의에 근거한 터무니 없는 원념도 없지않다. 그런 원념은 또 경제적 합리성으로는 좀처럼 납득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증오심으로 굳어져 여기 저기 널려 있다. 위험수위에 다다르기 전에 이 증오심을 해소하는 일이 우리사회가 걸머진 가장 근원적인 과제라고 할수 있다. 가려야할 시비는 철저히 가리고 따져야할 이치는 에누리 없이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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