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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라도 그녀들의 열정은 금메달

사우디 첫 여성 육상 선수 아타르 온몸 싸매고 완주에 관중 박수·환호<br>중앙아프리카 태권도 대표 강슬기 첫 경기서 탈락했지만 꿈 이어가

강슬기

9일(이하 한국시간) 런던 올림픽경기장. 육상 여자 800m 예선에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사라 아타르(20)는 1위보다 약 44초나 늦은 꼴찌로 들어왔다. 하지만 8만 관중은 1위 선수 대신 아타르에게 따뜻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약 4시간 뒤 태권도 경기가 열린 엑셀런던 사우스아레나. 이름은 한국식인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표로 출전한 강슬기(25)가 첫 경기에서 탈락한 뒤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우디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메달 경쟁보다 올림픽 참가 자체가 화제인 나라지만 이 둘의 분투는 '금메달급' 감동을 선사했다.

아타르는 참가가 확정됐을 때부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사우디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여자 선수를 파견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였다. 엄격한 이슬람 문화 탓에 그동안 올림픽에 남자 선수만 내보냈던 사우디와 카타르ㆍ브루나이는 런던 올림픽 선수 명단에 최초로 여성을 포함시켰다. 이로써 런던 올림픽은 모든 참가국이 남녀 혼성 선수단을 파견하는 첫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사우디가 런던 올림픽에 내보낸 여자 선수는 총 2명. 지난 3일 유도의 워잔 샤히르카니(16)가 1회전에서 1분22초 만에 한판으로 물러난 데 이어 아타르도 한 차례 레이스로 생애 첫 올림픽을 마감해야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달려 남긴 기록은 2분44초95. 같은 조 1위인 앨리시아 존슨(미국ㆍ2분00초47)과의 격차는 44초48이었다. 기록은 남부끄러웠지만 이슬람 여성으로서 올림픽 트랙을 돌았다는 것 자체가 여성 인권 신장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만했다. 사우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페퍼다인대에 재학 중인 아타르는 경기 후 "역사적인 순간이다. 사우디 여성을 대표해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권도 여자 49㎏급에 출전한 강슬기는 루시야 자니노비치(크로아티아)를 맞아 1회전 2라운드 만에 0대14로 크게 졌다. 올해 유럽선수권 챔피언을 만나는 바람에 일찌감치 탈락한 강슬기는 "연습한 것에 비해 결과가 너무 안 좋아 창피하다"며 "내가 져서 친구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그래도 친구들이 태권도에 대한 사랑을 꾸준히 이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슬기의 '친구들'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친구들이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뻔했는데 친구들이 온종일 내 곁을 지켰다"고 얘기했다.

수원정산고와 우석대 시절 선수 생활을 했던 강슬기는 2009년 벨기에로 건너가 태권도 트레이너로 일했다. 그러던 중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국가대표 선수 제안을 받았고 고민 끝에 이듬해부터 선수 신분으로 돌아왔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이중국적)은 올해 취득했다. 한국에서 국가대표 경험이 없었던 강슬기는 아프리카 대륙 선발전에서 2위에 올라 마침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강슬기는 "태권도를 하고 싶어하는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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