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미국 주택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월가의 부자들이 주로 찾는 뉴욕 맨해튼의 고급주택이나 일부 휴양지 주택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식시장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자산가들이 여전히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있는 이들 주택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워싱턴주의 대표적 휴양지 머서 아일랜드의 해안가 주택 판매는 지난해 전년 대비 거의 3배 가까운 증가를 보였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힐튼 헤드 아일랜드도 14%의 판매 증가를, 플로리다 팜비치 역시 40%의 연간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팜비치의 매매 물량은 2007년 전성기 때의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로런스 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호전과 증시 상승이 휴양지 주택 판매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며 “부유층들이 미래에 대해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인 뉴욕 맨해튼에서도 고급주택의 판매가 증가했다. 최근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감정업체인 밀러 새뮤얼사의 자료를 인용, 1,000만달러 이상의 호화주택 매매건수는 지난해 4ㆍ4분기 25가구로 전년 같은기간의 18가구에 늘었다고 보도했다. 300만달러 이상의 코업 아파트와 콘도의 판매건수도 180가구로 전년의 132가구에 비해 크게 늘었다. 또 연간 임대료가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럭셔리 임대도 활발하다. 맨해튼에서 월 임대료가 1만5,000달러 이상인 고가임대가 지난해 3분기 77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가격이 오르자, 큰 돈을 투자해야 하는 주택구입보다는 임대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맨해튼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럭셔리 아파트의 평균 매매단가는 439만달러로 전년의 378만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전체적인 주택경기회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RA)에 따르면 진나해 11월 기존주택 거래는 연율기준 468만가구로 전월대비 5.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예상치 471만 가구에 크게 못미친다. 정상적으로 시장이 작동하려면 연율기준 520만가구 이상이 거래돼야 한다. 뉴욕의 주택매물 등록사이트인 스트리트이지 닷컴의 소피아 송 부사장은 “시장이 여전히 추가하락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큰 돈을 주택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그렇게 많지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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