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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충청도 출신의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약속 날짜인 지난 30일 오후까지 망설였다. 그는 이날 오후5시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연 19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연에 동료 의원과 함께 초대받았다. 그는 결국 이날 오후 지역구에서 행사장인 서울로 향했다. 초선 의원도 고민하긴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참석자 명단을 주최 측에 달라 하며 동정을 살폈고 통합진보당의 초선 의원은 참석하겠다고 밝혔다가 결국 가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주저한 이유는 스스로의 입에서 나왔다. 몇몇 의원은 "결국 재계가 기업 관련 입법을 로비하기 위한 게 아니냐"면서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보수당에서부터 진보정당까지 '재벌 개혁'을 들고 나오자 긴장한 재계가 19개 국회 개원 첫날 축하연을 열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어쨌든 여야 지도부를 포함한 100여명 이상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63빌딩 연회장에 당도했고 나란히 선 이들은 단상 위에 오른 재계 수장들의 연설을 들었다.
정치권에 반감을 가진 재계도 행사에서는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민주당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인기를 얻기 위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축하연에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는 늘 국회의원이 있었다며 칭송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고급 와인과 뷔페를 곁들이고 축하공연이 이어진 행사 후에는 의원들의 캐리커쳐가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초선 의원에게는 대기업 국회 담당자의 명함 전달이 이어졌다.
경제계 인사들이 의원에게 귀엣말로 각종 민원을 전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제 관련법의 당사자인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호화로운 연회는 또 다른 당사자인 영세 사업자나 소비자, 시민단체들이 할 수 없는 방식이다. 특히 국회의원이 각종 협회에 가입할 여력조차 안되는 영세 상공인의 목소리를 들어도 모자랄 판에 대기업이 내는 목소리를 듣는 것에만 주력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민생을 위해 귀를 열어야 할 19대 국회가 균형을 잃지 말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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