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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유병언 미스터리] 128만명 40일간 헛다리… 죽은 사람 잡겠다고 영장 발부 촌극

■ 무능 드러낸 검경<br>유병언 추정 물품 보고도 노숙자 단순 변사체 처리<br>피부·뼛조각 현장방치 등 시신 수습과정도 엉터리<br>현장 수사라인 줄줄이 문책… 대검, 감찰팀 순천지청 급파


지난 4월20일 검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래 연인원 128만명의 경찰이 투입됐다. 이를 하루도 계산하면 3만3,000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전체 경찰 병력(12만여명)의 4분의1 이상이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동원된 셈이다. 유 전 회장이 국내에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사상 최대 인력을 투입해 검거 작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순천 인근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경은 결과적으로 40일간이나 헛다리를 짚은 꼴이 됐다.

특히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유 전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재발부된 21일 "유 전 회장을 조만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죽은 자를 잡겠다고 발표했고 경찰은 발견 당시 유 전 회장으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미숙한 대응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검찰의 까막눈 수사와 경찰의 초동대응 미흡으로 수사 책임자는 물론 수뇌부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현장에서 유 전 회장의 측근이 대표로 있는 한국제약의 'ASA스쿠알렌' 빈 병과 유 전 회장의 책 제목이 안쪽에 새겨진 가방 등을 발견했지만 노숙자의 단순한 변사로 판단했다.

이후 경찰은 통상의 변사 사건처럼 신원확인이 어려워 부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만을 적은 변사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유 전 회장으로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여럿 나왔는데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별다른 의심도 없이 노숙자의 단순 변사인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도 초동수사가 미흡했던 점을 시인했다.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류품이 다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간과했는데 그게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채취한 유류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등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했더라면 확인이 더 빨리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변사 사건을 지휘한 검사도 경찰이 보고한 증거물 목록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담당 경찰관은 사건에 대한 의견과 함께 유류품 목록을 적은 변사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변사 사건을 지휘한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는 유 전 회장과의 관련성을 찾지 못하고 단순 노숙인의 변사로 판단해 대검찰청에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반 변사 사건에 대한 부검 영장은 일선에서 하루에서 수십건씩 나간다"면서 "신문 볼 시간도 없는 변사 담당 검사가 변사자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류품만 보고 유 전 회장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순천 지역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곳이고 더욱이 유 전 회장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5월25일 검찰과 경찰이 급습한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이라는 점에서 검찰과 경찰의 이 같은 대응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찰의 시신 수습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머리카락과 뼈 등 일부 증거물을 완전히 수거하지 않은 채 40여일간 현장에 방치했다.

지금도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 매실밭에는 흰 머리카락 한 움큼과 피부·뼛조각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한 책임을 물어 전남 순천경찰서 지휘부들에 대한 문책에 들어갔다.

우 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이 직위해제됐으며 과학수사팀장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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