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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서민 금융 활성화 시급하다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민생 실물 경제 피해 커<br>내수 경기 회복하려면 유동성 공급 더 늘려야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캄캄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올 초부터 주택 경기 등 완만한 회복세를 시작한 미국 경기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중국 경제 문제 등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재정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대립도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 말로 부시 세금 감면 등 각종 감면 혜택이 소멸되고, 오는 2013년부터 9년 동안 1조달러 이상의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해(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민주ㆍ공화당이 해법을 찾지 못하면 내년부터 미국 경기는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사정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결 나아 보이지만 글로벌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내수를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전체 거시경제와는 달리 서민경제는 지난해부터 심하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부터 돌출된 부실 저축은행 문제는 1차, 2차 구조조정 발표 후에도 최근 4곳이 영업정지를 받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부실은 우리나라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도 1980년대 말 저축대부조합 (savings and loan association)들이 부동산 버블의 후유증, 위험관리 능력부족 등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강도 높고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중소상인과 서민금융 등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양호한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 다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미국과 한국 저축은행 문제의 큰 차이는 한국의 저축은행 사태는 후진국성의 총체적 금융정책 및 감독실패와 대주주의 불법 비리가 야기한 것이라는 점이다.

1998년 상호 신용금고의 규제 완화, 2002년 저축은행으로 상호변경, 저축은행 간 인수 합병 허가와 지점신설인가, 그리고 2006년 '8ㆍ8클럽'규칙 등 저축은행과 관련된 정책들을 결정했을 당시 이들 서민금융기관의 본연의 목적과 설립취지를 고려했다면 정책의 방향이 달라졌을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고 양적인 성장, 대형화를 추구하다 큰 문제들을 일으키며 몰락한 반면 실질적으로 감독 대상이 아닌 대부업체들은 여러 작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저신용 등급과 서민들의 금융 대체 창구 역할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을 금융당국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축은행 사태는 서민금융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민생 실물 경제에 끼치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따라서 금융감독 당국은 지금이라도 설립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나는 업무는 과감하게 규제를 하고 취지에 맞는 업무는 최대한 지원, 육성을 해 저축은행을 서민과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역의 서민금융기관으로 정착,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될 것이다.

또 서민 경제 주체들에게 신용 유동성을 더 공급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부실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2011년 6월 이후 시행한 제1, 2차 가계부채 대책은 말라 있는 서민금융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야기된 미국 유럽 등의 금융위기를 겪으며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는 미국과는 다르므로, 지난해부터 더 심화돼 꽁꽁 얼어붙은 민생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유동성 규제보다는 서민금융을 하루빨리 활성화해야 된다.

가계 대출자, 중소 상인 등 서민들에게 유동성이 공급돼야 하는데 2011년의 1차 금융기관의 가계부채 대책에 이어 2012년의 제2금융권 가계부채 대책 안으로 제2금융권 대출마저 규제하므로 서민금융은 대부업체 외에는 갈 곳이 없어졌다. 저축은행 사태로 서민금융의 한 축이 꺼져가는 상황에 남아 있는 신용협동조합ㆍ새마을금고ㆍ단위농협 등 제 2금융권을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중요한 금융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주택담보 대출 부실 문제에 선제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시중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주택담보 대출총액이 약 300조원에 달하고 연체율이 1%에 육박하고 있다. 처음에는 제1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으나 빚을 갚아야 할 시점에서는 주택 가치의 하락으로 많은 대출자들이 상환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내수 경기 회복은 서민금융의 활성화와 유동성 공급이 필수다. 적은 것을 대비하려다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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