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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무서운 그림으로 본 인간의 광기와 분노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나카노 교코 지음, 이봄 펴냄)


금실을 넣은 화려한 장밋빛 소녀복을 입은 금발의 남자 아이. 17세기 스페인을 통치한 펠리페 4세의 아들 펠리페 프로스페로 왕자다. 궁정화가 벨라스케스가 능숙한 붓놀림으로 그린 이 초상화에는 기묘한 공포가 감돈다. 두 살이라는 게 믿기 어려운 성숙한 표정이지만 눈동자에는 힘이 없다. 고귀한 혈통을 추구하다 근친결혼으로 태어난 이 어린 왕자는 병약했다. 허리에 매달린 긴 방울이나 왕자에게 여자 옷을 입힌 것은 생명을 앗아가는 마귀를 막으려는 부적의 의미가 담겨있다. 결국 왕자는 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생기발랄함을 탁월하게 표현하기로 유명한 벨라스케스도 이 초상화를 끝으로 급사했다.

화사하고 예쁜 그림도 좋지만 책의 저자는 유독 '무서운 그림'만을 모았다. "재미있는 것과 달리 무서운 것은 우리의 가슴을 들쑤신다"고 말하는 그는 저주, 광기, 분노 등 인간의 7가지 무서운 마음을 그림에 투영해 이야기 한다.

프란스스코 데 고야가 그린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는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알몸의 거인이 흰자위를 번뜩이며 자신의 아이를 먹고 있다. 자식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 숙명을 두려워하는 사투르누스의 '광기'는 힘찬 붓질로 그린 몸의 꿈틀거림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엘 그레코는 개인주의 시대를 맞은 근대인의 상실감을 풍경화로 그렸고, 에곤 쉴레는 사랑의 종말을 은유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그림에 담았다.



"그림에서 무서운 요소를 찾아내라"고 말하는 저자는 매끈한 그림 앞에서 아름다운 형태와 황홀한 색채만 볼 게 아니라 화가들이 그림 속에 숨겨둔 인간의 다른 면모에 눈을 뜨라고 권한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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