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7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건축연맹(UIA) 세계건축대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구(新舊) 건축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를 통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를 창출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동안 대단한 일을 해오지도 않은 '소인(小人)'에 불과한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만난 변용(사진) 원도시건축 대표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선정하는 '올해의 건축문화인상'을 수상한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보다 건축분야에 더 큰 공로를 한 이들에게 상이 돌아갔어야 했다"고 입을 열었다. 50년 넘게 건축가로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을 위한 큰 일을 해오기보다 그저 건축을 사랑해 한 작품 한 작품에 최선을 다해온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변 대표의 말과는 달리 그는 우리나라 건축 발전에 셀 수 없이 많은 공헌을 한 존경받는 원로로 꼽힌다. 지난 1966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후 줄곧 건축 외길을 걸어오며 대법원청사(서초구 서초동), 퍼시스서울사옥(송파구 오금동), 서울강동문화예술회관(강동구 상일동), 국립광주과학관(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등의 작품을 남기는 한편,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회장, 한국건축가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건축문화 발전을 이끌어 왔다.
변 대표는 현재 '2017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장이라는 중책도 맡고 있다. 3년 마다 열리는 세계 건축인의 축제를 우리나라에 최초로 유치함으로써 국민에게 건축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책 수립자들에게 건축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변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20위권에 그치며 건축설계는 건설산업에 종속된 하위 용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건축은 한 나라의 문화와 예술 수준, 도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인 만큼 세계건축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쳐 건축분야의 양적·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2017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의 성공적인 준비를 위해 사재를 출연하기도 했다. 대회 예산 산출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함으로써 체계적인 대회 준비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의 지원을 약속 받기도 했지만 실제 대회에 투입될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변 대표는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건축대회에 4,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큰 행사인 만큼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건축설계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해외시장 진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건축의 발전을 위해 모든 건축가들이 꼭 가슴 속에 새겨야 하는 말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 축적된 경험이나 정보 없이는 미래를 그릴 수가 없습니다. 과거는 현재의 토대가 되며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자산입니다. 건축에는 과거의 지혜와 현재의 요구, 미래의 삶까지도 담겨야 합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꿈을 키우고 있을 후배 건축학도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단순히 자격자를 의미하는 '건축사'가 아니라 건축을 곧 삶으로 여기는 '건축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축은 조각이 아닙니다. 항상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하고 여기에 심적·미적 요소가 더해져야 합니다. 직업과 생활을 분리하지 말고 건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상 속에서 찾으십시오. 또 인기나 유행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건축가가 돼야 진정으로 주목받는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